A학우가 속해 있는 동아리는 축제 때 주점을 연다. A학우의 동아리의 주점에서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약간의 서비스도 제공하는 쿠폰을 발행한다. A학우는 동아리 운영진으로부터 주점을 열기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동아리 쿠폰을 구매한 뒤, 지인들에게 재판매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A학우는 축제가 끝날 때 까지 쿠폰을 다 팔지 못해, 지인에게 공짜로 나눠주거나 다른 쿠폰과 교환해 억지로 사용하고 말았다. 축제 때 주점 및 부스를 운영하는 많은 동아리와 학과들이 이와 같은 쿠폰제도를 발생하고 있어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다단계로 판매되는 쿠폰
주점 및 부스를 운영하는 단체는 부원들에게 먼저 쿠폰을 판매해 자금을 확보한 뒤, 부원들이 지인들에게 쿠폰을 재판매해 각자의 돈을 충당하게 한다. 부원들은 개인별로 적게는 1인당 1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이 넘는 금액의 쿠폰을 구매한다. 쿠폰을 살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부원들은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필수적으로 쿠폰을 구입하고 있다. 신입 부원들에게만 쿠폰을 판매하기도 하고, 운영진이나 부스에서 일하는 부원들에게만 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부원 전체가 쿠폰을 구매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주점을 운영하는 동아리의 B학우는 “별로 쿠폰을 구입하고 싶지 않았지만 동아리에서 강제로 구매를 강요했다”라며 “구입한 쿠폰을 모두 판매하지 못해 지인들에게 나눠주거나 다른 쿠폰과 교환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밑천과 고정수익 확보, 부스 활성화 위한 쿠폰제도
몇몇 동아리 회장들을 취재해 본 결과, 쿠폰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는 장사 초기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폰을 팔아 얻어진 수익금으로 테이블과의자 대여료, 식재료 구입 등에 지출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판매수익금을 미리 확보해 밑천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고정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원들에게 판매한 쿠폰 만큼의 고정적인 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많은 동아리에서는 쿠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셋째는 주점 및 부스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점이다. 쿠폰을 구매한 사람은 해당 주점 및 부스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스는 사람들로 북적이게 된다. 또한, 구매한 쿠폰을 다 쓰고도 소비를 더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쿠폰 값 부담이 자신에게 돌아와 불만 야기해
동아리 및 학과에서 부원들에게 판매한 쿠폰이 모두 지인들에게 재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지인에게 공짜로 나눠주거나 다른 쿠폰과 교환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지인에게 공짜로 쿠폰을 나눠주면 쿠폰 값은 고스란히 부원이 부담해야 하고, 다른 쿠폰과 교환을 하면 원치 않는 소비를 해야 한다. 부원들은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동아리에 대한 소속감을 지키고, 선후배간의 형식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쿠폰을 강제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강제적인 쿠폰 판매는 부원들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선후배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때 건전한 축제 문화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고정수익을 위한 ‘고육지책’
일반적인 사업의 경영 방식은 원금으로 수익을 올린 뒤, 흑자의 경우 순수익만을 소비하고, 원금은 다시 사업에 투자한다. 순수익만을 동아리 회계에 포함시키고 원금을 비축시켜 다음해 밑천으로 사용할 경우 쿠폰제도를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쿠폰을 판매해 벌어진 200만원을 자릿세, 식재료 등에 투자해 250만원의 수익을 얻었을 때 50만원만 동아리 회계에 포함시켜 운영비로 사용하고 200만원은 다음해로 이월시켜 다시 밑천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쿠폰 강매의 목적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정수익 확보’이다. 쿠폰을 판매하지 않으면 고정수익을 확보할 수 없어 적자가 날 가능성이 크고, 동아리 회계로 운용할 수 있는 금액이 적어지기 때문에 고육지책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동아리 단합에 초점 맞춘 여타 동아리
하지만, 많은 동아리들이 쿠폰제도 없이도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동아리들은 동아리비로 장사밑천을 해결한다. 쿠폰제도를 시행하지 않지만 적게나마 흑자도 내고 있다. 쿠폰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동아리의 C학우는 “순수익이 크지는 않지만 동아리 부원들이 다함께 행사에 참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동아리의 D 회장 역시 “학기 초 동아리 회비를 늘리고 쿠폰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른 학교 주점 및 부스는 대부분 쿠폰제도를 시행하지 않는다. 모 대학의 한 학과에서 운영하는 주점에서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쿠폰 대신, 할인 쿠폰을 지인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함으로써 학생들의 소비를 촉진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즐거운 축제의 뒤편에서는 쿠폰구매를 강제당하는 학우들의 속이 곪아가고 있었다. 주점 및 부스를 학과, 동아리 단위로 운영하는 이유는 부원들이 행사에 함께 참여하고 단합을 위한 것이 아닐까? 다함께 즐기고 단합을 도모하기 위한 주점과 부스가 대체 언제부터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고육지책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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