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을 추구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고찰

일명 ‘힐링 서적’이 몇 년째 서점의 인기도서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시대 사람들이 삶에 버거워한다는 반증일 것이다. 분명 놀지 않고 일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할 일은 여전히 남아있다. 대다수 사람은 이런 상황이 자신의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고 더 빨리, 더 열심히 살아가리라 결심한다. 뇌과학자와 상담 치료가인 <노력중독>의 두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인간이 어리석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류가 출현한 뒤로 과학기술은 꾸준히 발전해왔지만, 이는 인간이 쌓아온 지식의 양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의미할 뿐이다. 저자는 인간의 지성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원인은 교통과 통신을 비롯한 문명의 발달이라고 지적한다. 편지를 쓰며 답장이 오길 몇 달이고 기다리던 우리가 지금은 스마트폰을 수시로 확인하며 답을 기다린다. 즉각적인 반응과 빠른 행정처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끝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정신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는 생산성을 오히려 감소시킨다.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사람들은 일 대신 이메일과 SNS를 확인하며 헛된 시간을 보낸다. 저자는 이러한 만성적인 무기력함을 대처하기 위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해결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우리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정확한 정보와 완벽함을 추구한다. 하지만 정보의 호수 속에서 원하는 내용을 취사선택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으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우리는 많은 사람이 통찰과 사유 없이 TV프로, 도서와 같은 매체가 흘리는 정보와 전문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씁쓸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노력중독>은 따뜻한 응원의 말을 건네는 여타 힐링 서적들과는 다르게 인간의 어리석음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우리는 원래 이런 존재니 그냥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연구 결과가 나열되어 있어 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현실을 수긍함으로써 색다른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빠름은 미덕이 아니다. 속도 중독, 노력 중독에서 벗어나 어깨 위의 짐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내려놓자.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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