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술관 Leeum(이하 리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념전을 개최 중이다. ‘교감’이라는 대 주제 아래에서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번 전시는 개관 10주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원래 리움에서 개최하는 대부분의 전시는 특별전시실에서만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교감>전은 상설전시실과 특별전시실, 로비까지 미술관 전체를 아우른다. 한국 고미술을 전시하는 상설 전시실 MUSE UM1(M1)은 ‘시대교감’이라는 주제로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교감을 시도하고,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MUSEUM2(M2)에서는 ‘동서교감’이라는 주제로 동서양과 시대의 구분 없는 전시실을 선보이며 특별전시실과 로비에서는 관객과 작품의 교감인 ‘관객교감’이라는 주제로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설치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입장하기 전, 로비 중앙에 최정화의 <연금술>이라는 작품이 눈에 띈다. 세 개의 전시실로 이뤄진 리움은 로비에서 각 전시실이 ‘로툰다’라는 원형 돔을 이루며 만난다. 각 전시실이 ‘교감’을 이루는 장소인 로비 역시 이번 전시실 중 하나다. 천장의 빛이 쏟아지는 로툰다에는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용기가 이어진 줄이 늘어뜨려진 최정화의 <연금술>이, 로비 옆의 카페에서는 리엄 길릭의 <일련의 의도된 전개>라는 작품이 있다. 작품인 듯 작품 같지 않은 설치작품이 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전시실로 만든다.
시대를 거슬러
여타 전시와 달리 전시의 시작은 4층이다. 한국 고미술품을 주로 다루는 M1의 4층에는 청자가 전시되어있다. 특히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바이런 김의 <고려청자 유약>이 눈길을 끈다. 청자 뒤에 나란히 자리 잡은 이 연작 회화는 청자와 함께 바라보았을 때 700년을 넘어서 교감하는 색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로툰다를 둘러싼 계단을 따라 3층으로 내려가면 분청사기와 백자 전시실이 있다. 소박하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 분청사기와 백자는 청자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2층에는 고서화가, 1층에는 불교미술과 금속공예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불화와 불상 사이에 놓인 자코메티의 조각은 전혀 다른 시대적 배경에서 제작된 작품이더라도 우리에게 비슷한 예술적 심상을 전달한다.

사라지는 구분, 동서양을 넘어서다
M2의 전시는 탁 트인 전시실에 구분 없이 전시되어서인지 M1보다 자유분방한 느낌을 준다. 한국 미술계에는 1945년을 전후로 추상표현주의가 등장하는데, 이제야 비로소 미술을 ‘재현’의 대상에서 ‘표현’의 개념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교감>전 두 번째 전시실의 전시가 시작한다. 한국의 추상표현주의 작품과 동시대 세계의 작품을 구분 없이 전시함으로써 ‘한국 미술’을 시대적 맥락에서 파악하려 했다. 김환기와 앤디 워홀을, 데미안 허스트와 이중섭을 한 전시실에서 만날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다. 설명을 보기 전까지 한국 작가의 작품인지 외국 작가의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동양’과 ‘서양’, ‘우리’와 ‘그들’의 구분은 이 전시실에서 비로소 사라진다.
 
작품과의 교감
특별전시실의 문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은 이세경의 <카펫 위의 머리카락>이라는 작품을 밟으며 지나가게 된다. 이세경은 잘리기 전에는 미의 상징이던 머리카락이 잘린 뒤에는 더러움의 상징이 되어버리는 모순성에 집중해 머리카락을 이용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카디프와 밀러의 <F# 단조실험>은 따로 설치된 방 안에 72개의 스피커를 이용해 만들었는데, 그림자를 감지해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다른 소리를 내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리움 개관 10주년 특별전 <교감>을 전부 둘러보려면 다른 전시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하지만 그만큼 의미가 깊고 가치가 큰 전시품이 많다. 여유가 날 때 리움 미술관에서 미술과 교감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사진/ 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글/ 김하정 기자
hajung0206@kaist.ac.kr

기간 | 8월 19일 ~ 12월 21일 
장소 | 삼성미술관 리움
시간 | 10:30 ~ 18:00
요금 | 10000원
문의 | 02) 2014-6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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