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취재부에서 유행처럼 사용하는 말이 있다. 기사의 완성도를 말할 때 퍼센트로 표현하는 것인데, 워드 프로세서를 열어 파일을 저장하면 50%, 크레딧을 쓰면 70%, 윤곽을 잡으면 90%가 완성됐다 하는 식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격언에서 나온 농담 섞인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포함한 취재부 기자들이 기사를 쓰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기사를 쓰는 것만큼이나 힘겹고 중요하다는 걸 시사하기도 한다.
 
치킨을 먹기 위해서는 무슨 치킨을 시켜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것처럼,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무슨 기사를 쓸지 생각해야 한다. 학우들이 관심 있어 하면서 시의성도 맞아야 하므로 우리는 생각이 참 많다. 매번 방학 워크숍이 열리고 신문사의 우리는 다음 학기에 쓰일 기획 기사를 허락받기 위해 내가 아닌 나머지를 설득한다. 이번 학기 내가 작성한 강의평가 기획 기사는 그렇게 20여 명의 허락을 받고 탄생했다.
하지만 그렇게 고생해서 빈 문서를 열었다 해도 여전히 할 일은 많다. 기사 작성 준비를 했으면 기사 작성을 해야 하고, 기사 작성을 하면 부장의 교열을 받아야 하고, 그다음엔 면 편집, 그다음엔 배포, 그다음엔 저지른 실수가 없는지 확인한다. 시작함으로써 반을 채워 버리지만, 그 끝을 보려 하기 전에 또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마는 것이다.
 
마감이 끝나면 다음 회의가 기다리듯 이 모든 일은 해치우고 나면 원점으로 돌아와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지겹고 힘들지만, 그것 또한 새로운 시작이기에 힘도 나고 재미도 난다. 본래의 의미처럼, 시작과 함께 반을 채우고 동시에 나머지 절반을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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