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커피는 더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커피숍이 골목골목에 소통의 장소로 자리 잡았고 대학생 바리스타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바리스타 임종명은 우리나라에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대중화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고풍스러운 라떼아트(Latte art) 작품을 만든 장본인이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실력가인 그는 올해로 15년째 커피에 몸을 담고 있다. 한국 카페 산업의 성장을 지켜봐 온 그에게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앞으로 변화할 커피 문화에 관해 물어보았다
 
 
 
바리스타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금은 원두를 선별하고 직접 볶고 커피를 추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바리스타는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핸드드립 커피를 하는 바리스타들은 직접 로스팅하는 게 당연하지만, 다른 바리스타 일은 분업화가 되어야 한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려면?
커피는 조금만 교육받으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화학, 농·식물학 공부를 계속해서 한다. 또한, 커피는 재배 과정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외국 농장 현지인과도 소통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그 사람들은 그냥 농부다. 우리가 생산 방법에 대해 조언해도 몇 세대를 걸친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기에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타벅스와 같은 대기업들은 거대 자본을 이용해 커피를 과학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커피를 내릴 때 신경써야 할 점은?
커피 맛은 원두가 90%, 로스팅 6%, 추출 4%가 좌지우지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건 로스팅하시는 분들 입장이다. 우리는 로스팅이 된 원두를 사서 맛을 낸다. 이때는 그라인더 같은 머신이 90%, 물이 10% 정도 맛에 영향을 미친다. 추출 머신보다 커피를 가는 그라인더가 더 중요하다. 또한, 물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유럽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물은 커피 성분과 결합해 품질을 해치는 광물질 함량이 높지 않아 커피를 만들기에 좋다.

좋은 바리스타는 커피 만드는 것 외에도 어떤 점을 신경써야 하는가?
바리스타가 커피만 잘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 당연히 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커피는 감성적인 음료이기 때문에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만드는 지가 중요하다. 식당 주인이 그러듯, 손님을 기억하고 오랜만에 오면 '오랜만에 오셨네요'하고 반가워하고 ‘오늘도 같은 커피 드릴까요’하고 관심을 두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한국의 바리스타들은 이런 면에서 부족하다. 

바리스타가 생소했던 1999년에 일을 시작했다. 힘든 점은 없었는지 
내가 바리스타를 시작할 당시에는 자료도 바리스타 자격증도 없었다. 그래서 외국 바리스타들을 본보기로 삼아 따라 하는 식으로 공부했다. 트레이닝 학원이 몇 개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체계화되지 않았었다. 이 분야 커피에 일본이 유명하다고 하면 일본을 가고, 이탈리아가 유명하다고 하면 이탈리아에 가는 식으로 공부했다. 외국에서 커피 관련 책을 사오기도 했는데 그마저도 엄밀한 교재가 아니었고 우리나라와 안 맞는 내용도 많았다.

‘자격증 소지=실력 있는 바리스타’인가
 지금 우리나라에 영향력 있는 자격증이 3개 있는데 전부 국가 공인이 아니라 민간 자격증이다. 자격증 시험은 짜인 틀에 맞춰 ‘커피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를 보기 때문에 자격증을 가졌다고 해서 바로 훌륭한 바리스타라고 할 수는 없다.

라떼아트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라떼아트는 우연히 시작하게 됐다. 우유는 스테인리스 스푼에 닿으면 산화한다. 산화를 막으려고 스푼을 쓰지 않고 바로 거품을 따랐더니 거품이 자연스레 밀리면서 하트, 물결무늬, 나뭇잎 모양이 나왔다. 연습을 6개월에서 1년 정도 하다 보니 정상적인 모양을 만들게 되었다. 지금처럼 현란하지 않았지만 나 정도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2명밖에 없었을 정도로 당시는 대단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와 커피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나라는 커피 문화를 즐기는 사람 수가 2,000만 명 정도로 많지 않다. 이것도 전체를 10명이라 할 때,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9명이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1명 정도이다. 
반면,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도 커피 시장이 우리보다 훨씬 크다. 인스턴트 커피 보다는 에스프레소가 소비된다. 일본에는 에스프레소 카페뿐 아니라 핸드드립 커피점도 많다. 유럽은 비단 이탈리아뿐 아니라 스위스, 스웨덴 같은 북유럽 나라에서도 에스프레소 커피를 많이 마신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좋다. 커피 문화가 보급되기 위해 당연히 일어나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가게가 늘어나는 게 무작정 좋은 일은 아니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개인 가게이나 프랜차이즈가 종종 있다. 그리고 막연하게 사업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프랜차이즈를 뛰어넘는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하고 3~5년 사이 벽에 부딪히게 돼 있다. 

커피 산업도 프랜차이즈가 개인 가게를 밀어내고 독식하게 될까
개인 가게가 대기업에 밀린다고 하는데 잘하는 개인 바리스타들이 있다. 처음 원두커피를 마실 때는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에 갈 것이다. 그렇게 다방 커피나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다 원두커피를 접한 사람은 맛있는 원두커피를 찾게 된다. 그리고 동네 개인 가게가 원두가 더 좋고, 더 맛있다고 느끼면 고객은 그곳으로 가게 된다. 사람들이 전자 제품을 살 때는 품질이 보증된 대기업 제품을 선호 하지만 식품은 개인 입맛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기호를 충족시켜주는 가게를 찾는다. 

우리나라 바리스타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우리나라 바리스타가 세계에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건 카페와 바리스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많은 바리스타가 원두 선별, 로스팅까지 담당하느라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데 집중을 못 하고 있다. 그래서 손님들도 카페에 가서 바리스타가 정성 들여 만든 커피를 마시기보다 스무디 같은 음료를 더 많이 찾는다.   
 
박지현 기자
pajihu311@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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