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하게 파란 표지에 꿈을 꾸는 듯 비현실적인 그림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블루 먼데이 알코올>이라는 특이한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책은 인터넷에서 연재되었던 이야기를 엮었다.
와우산로의 좁은 골목길에서 헌책방 ‘마크툽’을 운영하는 ‘미자’는 마흔을 넘어선 독신녀다. 미자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가족을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떠나간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미자는 좁은 집에서도 항상 책을 읽으며 언젠가는 자신도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리라 꿈꿨다. 이십 대가 되고 대학에 들어간 미자는 오랜 시간 꿈꿔왔던 ‘아름다운’ 사랑을 하려 했다. 하지만 매번 미자와 사귀었던 남자는 미자가 사랑을 완성하는 일에만 관심을 갖고 비현실적인 공상에 집착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미자에게 이별을 고하곤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사랑에 실패한 뒤 어머니까지 교통사고로 잃게 된 미자는 마음의 문을 서서히 닫아갔다.
미자는 헌책을 사랑했다. 읽히지 못한 채 팔린 책의 운명이 자신의 인생과 닮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미자는 헌책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마크툽의 책장에 꽂았고, 거의 모든 책의 위치를 기억할 정도로 헌책을 아꼈다. 미자의 세상은 이렇게 헌책방 마크툽과 몇 명의 손님, 그리고 와우산로의 상인 여러 명이 함께 모여 만든 ‘블루 먼데이 알코올’이 전부였다. 그렇게 고요하던 미자의 인생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난다. 비록 헌책방의 책 도둑으로 다가오긴 했지만 말이다. 새로운 사람의 등장으로 미자의 감정도, ‘블루 먼데이 알코올’도 조금씩 변해간다.
미자뿐만 아니라 ‘블루 먼데이 알코올’ 멤버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언뜻 보기에 흔한 전개 양상을 띤다. 하지만 사건은 독자의 예상과 다른 순간에 나타나 식상함을 깬다. 또, 이 책만의 독특하고 생생한 묘사도 지루함을 덜어준다. 묘사를 읽는 독자는 어느새 책 속의 인물이 되어 마크툽의 책장 사이에서 헌책을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고 있을 것이다. <블루 먼데이 알코올>은 사십 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십 대의 우리에게도 그 이야기는 유효하게 다가온다. 차분한 위로를 건네는 <블루 먼데이 알코올>을 추천한다.


김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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