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 기간 국내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어 왔고 이에 대한 우려가 계속됐다. 이러한 우려의 근원은 이공계는 제조업과 관련되고 비이공계는 서비스업과 관련되는데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있는 것을 관리하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공계는 경제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요즈음 대형 연구 사업의 인기 목표는 앞으로 몇십 년 동안 국민을 먹여 살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술은 선견지명이 있는 기업에 의하여 상품화되어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또는 주위에서 새로운 기술이 성공적인 기업을 만드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필자는 이러한 범주에서 무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성장한 기업의 초기 단계를 비교적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1980년대 중반에 필자는 미국의 대기업에 속한 연구소에서 이 기업의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기관들에서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정보를 전사차원에서 공유하기 위한 분산 정보 관리 체계에 관한 연구를 창안해 박사학위를 받고 신임 연구원으로서 의욕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당시에 실리콘밸리에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을 개발한 오라클이라는 회사가 있었는데 이 회사의 제품을 평가한 것이 인연이 되어 분산 정보 관리 체계에 대한 공동 연구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오라클을 방문했다.
오라클은 1970년대 말에 래리 엘리슨과 로버트 마이너가 설립했다. 이들은 무슨 사업을 할지 궁리하다가 당시 새로 개념이 설립된 기술인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구현하기로 했다. 정부 프로젝트를 받아서 2세대 프로그래밍 언어인 어셈블리 언어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을 구현했다.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3세대 프로그래밍 언어 중에 새로 나온 C 언어로 시스템을 다시 구현하여 상품화하고 오라클이라고 명명하였다. 래리 엘리슨은 사장이 되어 회사를 관리하고 로버트 마이너는 수석 부사장으로서 제품의 기술적인 부분을 총괄했다. 필자가 오라클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초창기였고 본사 사원이 전부 30명 정도였으며, 사옥은 2층의 가정집을 전세 내어 사용하고 있었다. 마이너 부사장이 직접 접견하여 오라클 시스템의 특성에 대하여 설명하고 공동 연구에 관하여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협력 방안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이를 계기로 오라클을 몇 번 방문했으나 공동 연구에 대한 상호 간의 조건이 맞지 않아서 결국 실리콘밸리의 다른 회사와 공동 연구를 했다.
당시의 오라클 연간 매출액이 1,000만 달러 정도였으니 한화로 120억 원 정도였다. 미국에서 회사가 안정권에 진입하는 시기를 연간 매출액 1억 불을 달성하는 시기로 간주하니 회사의 장래가 불투명한 상태였다. 그 후 오라클은 획기적인 성장을 거듭해 2008년 매출액은 72억 3,900만 달러였고 순이익은 20억 3,700만 달러였으며 현재 자산(총 시가 액)은 1,095억 달러이다. IT 산업이 한참 융성하던 2000년에는 주식 값이 상승하여 자산이 2224억 달러였다. 참고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2000년 자산은 5,530억 달러였다. 이는 당시 세계 1위와 2위였고 소프트웨어 신기술에 기반을 둔 회사들의 세계에선 선두였던 셈이다.
이렇게 오라클이 성공한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선 신기술에 착안한 점이다. 기존 기술에 기반을 둔 상품은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서 대체로 진입이 매우 어렵다. 그리고 오라클은 제품의 우수성 제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필자가 오라클을 방문했을 때 핵심 부분의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팀이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벤처 회사이므로 작은 인원이었는데 인상적인 것은 이들 모두가 미국 최고 명문대학의 졸업생들이었다. 마이너 부사장이 그 중 한 명을 불러들여 대담을 시켰는데 매우 똑똑했고 조리 있게 설명을 했다. 아마도 작은 회사로서 상당한 투자를 했을 것이다. 지금도 오라클 시스템은 다른 회사의 시스템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C 언어로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 장점이 되었고 이것을 최대한 활용했다. C 언어의 시스템이 여러 운영체제에 이식이 쉬우므로 UNIX 계열의 운영체제와 이를 탑재한 다양한 중형의 워크스테이션이 나옴에 따라 이들 시장을 장악하여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선두에 있었지만 신속하게 대처를 못한 IBM을 앞지르게 되었다. 아울러 오라클은 마케팅을 매우 중요시하여 지속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다.
이상과 같이 수요가 예측되는 참신한 기술에 기업가 정신이 결합하면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카이스트는 연구 중심 이공계 대학으로서 수많은 연구실에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생성되고 있으며 각 과정의 많은 학생이 연구 수행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학과목이나 기업체 임원의 초청강연을 통하여 기업가 정신에 대하여 접하게 되고 창업회관의 벤처 기업이나 방학 중의 인턴십을 이용하여 기업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이러한 환경을 활용하고 유망한 기술을 잘 파악하면 세계적인 기업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카이스트 졸업생들이 촉망되는 신기술을 기업화하여 여럿의 세계적인 선두 기업들이 출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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