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해가 없는 유기 물질인 그래핀과 친환경 소재인 물과 염만으로 안전하고 높은 효율의 발광 소재 개발해

우리 학교 전석우 교수 연구팀이 물과 염을 사용해 그래핀 양자점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우리 학교 조용훈 교수, 유승협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20일 자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스(Ad-vanced Optical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작은 양자점에서 퍼져나오는 빛
띠 이론에 의하면, 물질 내부에는 전자가 존재하는 원자가띠와 평소에는 전자가 없는 전도띠가 있다. 띠 사이에는 전자가 존재할 수 없는 구간인 띠틈이 있다. 원자가띠에 존재하는 전자들은 에너지를 받아 띠틈을 넘어 전도띠로 갈 수 있고, 빛을 방출해 원자가띠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이때 전도띠의 에너지 준위가 원자가띠보다 높으므로 전자가 이동할 때 에너지 준위 차이인 띠틈만큼의 에너지가 출입한다. 또한, 에너지를 받아 높은 에너지 준위로 이동한 전자는 에너지를 방출하려 하므로, 두 띠가 떨어져 있는 반도체에 에너지를 가해 빛 에너지를 방출하게 할 수 있다.
띠틈이 없는 물질도 원자가띠와 전도띠를 분리하면 반도체로 활용할 수 있다. 물질을 5nm에서 10nm 정도의 크기로 만든 양자점도 이에 해당한다. 이때 양자점만큼 작은 물질에서는 양자 구속 효과(quantum confinement effect)에 의해 두 띠가 벌어지며, 만들어진 띠틈은 물질의 크기를 작게 할수록 커진다. 양자점은 합성하기 쉽고 띠틈을 크게 만들 수 있어 발광 소재를 만드는 데 유용하다.

 

중금속과 산 이용한 기존 양자점
기존의 양자점은 합성 과정이 안전하지 않고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점이 있었다. 디스플레이 기술에 쓰이던 카드뮴셀레나이드(CdSe), 황화카드뮴(CdS)과 같은 양자점은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을 포함하고 있어 다른 것으로 대체할 필요성이 대두했다. 인체에 해가 없는 그래핀이 대체 물질로 주목받았지만, 크기를 줄이기 위한 산 처리와 그래핀의 특성을 보존하기 위한 환원 과정이 생산 공정에 포함되어있어 만드는 과정은 여전히 위험했다.
한편 크기를 줄이기 위해 사용한 산은 에너지 손실도 불러왔다. 양자 구속 효과에 의해 양자점이 작아질수록 띠틈은 벌어지므로 양자점에서 방출되는 빛의 종류는 양자점의 크기에 영향받는데, 이를 사이즈 효과(size effect)라고 한다. 산을 이용해 만든 기존의 양자점은 에너지 손실이 커 띠틈에서 방출하는 에너지의 크기가 의도한 것보다 더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사이즈 효과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었고, 원하는 빛을 내는 양자점을 만들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방출되는 에너지가 매우 적어 발광 효율도 낮았다.

 

물과 염만으로 고효율 양자점 개발해
전 교수 연구팀은 인체에 해가 없는 소재를 이용해 양자점을 만들었고, 단순하고 안전한 공정을 개발해 효율을 높였다. 기존의 양자점은 그래핀을 산 처리해 깎아내서 만들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그래핀을 잘게 부수어 양자점을 만들었다. 그래핀은 탄소 한 층으로 이루어진 물질이므로, 수많은 탄소층으로 이루어진 흑연을 쪼개서 만들 수 있다. 먼저 칼륨과 나트륨이 부착된 알켄(alkene) 기로 만든 염(salt)을 흑연에 첨가한다. 칼륨은 전자를 주려는 경향이 강하고, 흑연은 전자를 받으려는 경향이 강해 염이 흑연의 탄소층 사이로 이동한다. 그때 물과 염을 반응시키면 탄소층 사이에서 수소 기체가 발생하고, 탄소층이 분리되며 그래핀 양자점이 만들어진다. 이 방법을 쓰면 산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으므로 안전하고 시간이 적게 걸리며 양자점의 에너지 손실이 크게 줄었다.

 

양자점 효율 높이고 사이즈 효과 입증해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그래핀 양자점은 무기 물질 소재 양자점보다는 발광 효율이 낮지만, 다른 탄소 소재 양자점보다는 효율이 높다. 또한, 발광 효율은 개선될 여지가 있어 그래핀 양자점은 중금속 양자점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양자점의 에너지 손실도 적어 이론상으로만 연구되어 온 사이즈 효과를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개선된 그래핀 양자점은 소재가 매우 얇아 유연한 소재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인체에 해를 미치지 않아 세포 염색과 센서로도 활용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양자점을 만드는 공정을 단순화하고, 양자점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송성호 박사 과정 대학원생은 “높은 효율의 양자점을 만들면 LED와 같은 디스플레이 기술에도 인체에 해가 없는 소재를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