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대통령과학장학금(이하 대장금), 이공계국가우수장학금(이하 이장금)을 받은 학생 중 이공계가 아닌 분야의 진로를 선택한 학생은 장학금을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대장금, 이장금 뿐만 아니라 교비장학금도 환수 대상에 속해 대부분의 비이공계 진출자가 환수 대상자에 포함된다. 하지만 장학금 환수 근거를 둔 ‘국가과학기술 경쟁력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특별법(이하 이공계특별법)’과 그 시행령만 마련되었을 뿐, 자세한 규칙이 공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마저도 홍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공계특별법은 ‘우수 학생에 대한 장학 기회 확대 조항(제9조)’을 두어 연구장려금의 지급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대장금과 이장금은 연구장려금의 범주에 속해 이공계특별법과 같은 법의 시행령을 따른다. 그런데 연구장려금 수혜자 중 의학전문대학원을 진학하거나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사례가 증가해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라는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연구장려금 수혜자가 비이공계로 진출할 경우 장학금을 국가에 귀속시키기 위해 연구장려금 환수 조항(제9조의2)을 포함하는 이공계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2009년에 발의되었다. 연구장려금의 환수 대상과 규정을 담은 이 개정안은 발의된 지 2년만인 2011년에 통과되었다. 해당 조항의 부칙에 의해 2012년에 연구장려금을 받기 시작하는 12학번부터 환수 대상자에 속하게 된다.

국정감사에서도 우리 학교 학우들에 대해 이와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 교비장학금 수혜자 중 의학전문대학 원(이하 의전원), 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치전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에 진학하는 학생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전원, 치전원, 로스쿨 진학자가 2008년에는 41명이었던 반면, 2013년에는 111명으로 총 70명이 늘었다. 2013년도 국정감사에서는 강성모 총장이 “이공계와 관련 없는 로스쿨 등에 갈 경우 장학금을 상환하는 방안도 생각해 보겠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연구장려금의 환수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장학재단은 이공계특별법, 같은 법의 시행령 등을 바탕으로 환수 시스템 구축을 거의 완료했으며 현재 최종 테스트 중임을 밝혔다.

연구장려금의 환수는 ▲수학을 중단하거나 이공계 이외의 분야로 전공을 변경할 때 ▲연구장려금을 받은 기간의 2배 이내에서 연구장려금을 받은 기간 동안 이공계의 산학연에 종사하지 않을 때 이루어진다. 전자의 경우 받은 연구장려금 중 초기 2년의 연구장려금을 제외한 금액이, 후자의 경우 받은 연구장려금 중 초기 2년의 연구장려금을 제외한 금액에 남은 의무종사기간 비율을 곱한 금액이 환수 대상 금액이 된다. 또한 ‘정당한 사유’로 ▲사망, 질병, 상해, 천재지변에 인한 수학 중단 ▲수학 중인 학과 폐지 ▲이공계 산·학·연 폐지 및 축소 등을 규정해 이에 해당하는 경우 연구장려금 환수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지난해 1월 장학재단은 이공계특별법과 같은 법의 시행령에서 정하는 연구장려금 환수 대상과 규정 등을 구체화하기 위해 컨설팅을 맡겼다. 컨설팅 보고서를 보면 대장금과 이장금 수혜자는 진로와 관계없이 진로추 적조사시스템 아래에서 ▲의무종사 시작 보고 ▲진로 보고 ▲입출국 보고(해외 종사) ▲의무종사 완료 보고 등의 의무를 지게된다. 또한, 이 보고서는 장학재단에 수혜자의 ▲국내 대학원 학적 상태 ▲소득 정보 ▲인적 변동 정보 등을 확인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기술했다.

환수된 연구장려금은 국가로부터 환수를 위임받은 장학재단에 귀속된다. 장학재단 측은 “일시지원장학금이나 2년지원장학금의 수혜자를 늘려 환수된 연구장려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라며 환수 금액의 이용 방안에 대해 밝혔다. 환수된 연구장려금의 재투자 대상을 이공계만으로 지정했는지는 아직 확 인되지 않았다.

 

왜 학생들은 이제야 알게 되었는가

이공계특별법이 2012년도부터 시행되었음에도 ‘비이공계 진출자에 대한 연구장려금 환수’를 아는 이공계 대학생은 거의 없다. 실제로 이 문제가 학내에서 공론화되어 중앙운영위원회 산하 이공계지원특별법TF가 신설된 것도 지난 6월로 불과 2개월 전이다.

이는 이공계특별법에 환수 조항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법률의 제재 대상자인 이공계 대학생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준하 전 정책국장은 이공계 장학금 환수 정책 관련 공개회의에서 “의견수렴결과 및 장학재단이 발표하는 세부 규정에 따라 헌법소원, 성명서 및 기자회견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비장학금, 연구장려금과 어떤 차이?

우리 학교 학생 대부분이 받고 있는 교비장학금도 환수 대상에 포함된다는 내용이 우리 학교 누리집에 안내되어 있다. 하지만 교비장학금의 법적 성격은 대장금, 이장금의 그것과는 다르다.

교비장학금은 대장금과 이장금과 달리 지급 근거가 이공계특별법에 있지 않다. 이공계특별법 제9조는 연구 장려금 지급의 구체적인 사항을 같은 법의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공계특별법 시행령 제8조에서는 연구 장려금의 지급 주체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학교나 기성회의 장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시도지사가 아닌 것은 명백하므로 교비장학금은 연구장려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해당 법 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2010)에서 연구장려금을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제공하는 장학금으 로, 일부개정안 관련 규제영향분석서(2011)에서 규제법 대상 사업으로 대통령과학장학생사업, 국가장학생(이공계) 사업만을 설정한 것을 볼 때 입법 과정에서도 교비장학금 사업을 환수 대상으로 보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교비장학금의 지급은 한국과학기술원 학사규정 제19조(교육경비 감면 및 학자금 지급)와 학칙 제90조(장학금) 등을 따른다. 하지만 장학금 환수와 관련한 일반법이 존재하지 않고 관련 규정에 환수 조항이 없으므 로 교비장학금 환수는 법적 근거가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헌법은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는 법률 유보의 원칙을 보장하고 있다. 장학금 환수가 수혜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행위인 만큼 법률 유보의 원칙에 따라 근거를 둔 법률이 존재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법률에 근거를 두 지 않은) 환수조치는 위법이며, 행정소송 또는 민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답했다.

학교 당국은 정부에서 진행하는 연구장려금 환수에 준해 교비장학금을 환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생복지팀은 “교비장학금을 환수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대장금이나 이장금을) 신청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이공계 장학금을 받아오는 학생이 적어진다면 학교 측에서 손해를 보게 될 것이 다”라고 설명했다.

 

교비장학금의 환수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연구장려금과 교비장학금은 환수 주체와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다.

연구장려금 환수는 정부에서 환수 권리를 위임받은 장학재단이 하는 반면 교비장학금의 환수 주체는 학교 다. 따라서 환수된 교비장학금은 학교로 귀속된다.

하지만 학교 당국은 장학재단에서 마련한 진로추적조사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다. 따라서 졸업 후 진로상황을 기재한 청산보고서나 장학재단의 진로 보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비장학금의 환수는 연구장려금 환수와 같이 세세한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생복지팀은 “로스쿨, 의전원, 치전원과 같이 명확하게 이공계가 아닌 분야로 진학하는 경우 교비장학금을 환수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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