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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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 김하정 기자
  • 승인 2014.09.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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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관객을 돌파한 <명량>, 봉준호 감독의 <해무>, <군도>와 <해적>까지 올여름 영화관은 몇 편의 영화가 점령하다시피 했다. 앞서 언급한 영화가 재미있다는 평도 많지만 좀 더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그러던 21일 익숙하기도 한 제목이지만 새로운 느낌의 영화가 개봉했다.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 렵>,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김유정의 <봄봄>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날 수 있는 이 영화는 소규모 영화관에서 소소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를 제작한 안재훈, 한혜진 부부 감독은 지난 2011년 <소중한 날 의 꿈>이라는 작품으로 한국 애니메이션만의 감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는 감독이다. 그들의 두번째 시도는 문학작품의 애니메이션화였다. 한국인만이 표현할 수 있는 한국 문학작품에서의 감정을, 아기자기하게 표현해냈다.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 봄>의 내용은 원작 그대로다. 그래서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혹 내용을 모르더라도 세심하게 표현된 화면으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투리를 그대로 읊는 대사는 처음에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토속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능청맞은 대사와 목소리가 영화와 하나인 듯 스며든다. 영화는 <메밀꽃 필 무렵>을 시작으로 <봄봄>, 마지막 <운수 좋은 날>까지 각각 30분의 분량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관객은 이야기에 깊게 몰입할 수 있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사람들은 서로 다른 심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서로 다른 장면이더라도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분위기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다.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은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떠올렸을 바로 ‘그 장면’을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그래서 우리는 공감할 수 있고,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장면은 영화의 여러 부분에서 드러난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 만월의 빛을 받아 일렁이는 메밀밭의 풍경을, <봄봄>에서의 따스한 봄의 기운과 점순이의 오묘한 마음을, <운수 좋은 날>의 인력거꾼의 삶을 영상으로 형상화했다. 특히 <봄봄>에 서는 판소리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해설하는데, 이처럼 글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겨낸 것에서 나아가 효과음과 음악을 적재적소에서 사용한 점도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디즈니의 <겨울왕국>처럼 화려하지도,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처럼 영상미가 우리의 시선을 휘어잡지도 않는다. 하지만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은 우리 나라의 산천을, 아련한 옛 풍경을 우리만의 느낌으로 담아냈다. 작품에서 그려낸 사람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는 옛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올 가을, 담백하고 잔잔한 감동이 필요하다면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을 보러 가는 것은 어떨까. 이 영화를 추천한다.

김하정 기자

hajung0206@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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