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서구 유럽국가들이 300년을 거쳐 달성한 민주화와 산업화를 50년 만에 이뤄냈다. 이 반세기 역사는 기성세대에게는 폐허만 남은 한국 전쟁 이후에서 지금의 풍요로운 사회가 되기까지 직접 겪은 생생한 삶의 현장이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이렇게 상반된 두 세대 모두에게 1959년부터 2014년까지 55년의 역사를 되새기고자 한 작가가 나타났다. 학생 때는 사회운동에 참가하고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거쳐 작가로 전역한 유시민이다.

유시민은 역사의 큰 사건들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풀어나간다. 유시민이 두 살 때 4・19가, 세 살 때 5・16이 일어났다. 그는 우리 역사의 대소사를 모두 목격한 산증인이다.

유시민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대상은 그가 아니라 그 시대를 통과하면서 시민들 자신이 쏟았던 열정과 성취일 것으로 추측한다” 라고 말한다. 5・16을 통해 권력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은 현대사에서 ‘위대한 지도자’ 또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한 독재자’라는 극단적으로 상반된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유시민은 고속도로와 항만을 비롯한 사회자본을 건설하고 전국에 상하수도와 전기를 보급한 박정희 정부가 일군 업적에 대해서 인정한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함께 추진할 기회를 스스로 봉쇄한 박정희 대통령 에 대해 조심스럽게 ‘성공한 독재자’ 라는 평가를 내린다.

독재가 끝난 후, 우리나라는 비로소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해나갔다. 유시민은 우리나라의 역사가 국가의 계통발생을 정확하게 압축, 재현했다고 주장한다. 국가의 계통발생이란 나라가 안보국가에서 발전하여 민주화를 거쳐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잘 살고자 하는 국민의 욕망과 미국의 지원 아래 발전할 수 있었다. 유시민은 현재는 복지국가로 옮겨가며 국민들의 관심의 무게도 복지로 움직이고 있으며 혼란의 시대와 비교해 대한민국은 훨씬 훌륭해졌다 평가한다.

유시민은 냉정한 관찰자나 역사학 자가 아닌, 함께 격변의 시대를 겪은 당사자이다. 역사적 사건만이 아니라 책 곳곳에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그는‘나의 한국현대사’를 통해 독자들과 우리 안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감정과 느낌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번 가을, 유시민과 함께 55년간의 현대사 기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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