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를 비롯하여 고야, 마네, 우리나라 작가 김환기 등 미술 거장의 작품 85점을 모두 진품으로 볼 수 있는 <피카소와 천재화가들>이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최초로 필립스컬렉션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미술사조에 따라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9세기 신고전주의부터 추상 표현주의를 망라하는 반세기 서양 미술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이다.

 

로마 시대로의 동경, 신고전주의를 낳다

첫 전시실 ‘Desire’은 화가들의 이상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19세기 초 서양 미술사는 신고전주의와 그 이후에 발생한 낭만주의와 사실주의로 대표된다. 신고전주의는 이성적이고 신화적인 그리스 로마 시대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됐다. 앵그르의 <목욕하는 여인>은 앵그르가 추구하던 여체의 곡선을 표현하기 위해 신체를 왜곡시킨 신고전주의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신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상상력과 감성을 드러내는 낭만주의와 세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자 한 사실주의 사조가 발생했다.

낭만주의 화가들은 추상적인 인간의 관념을 표현하는 이상을 꿈꿨다. 대표적인 낭만주의 작가 고야는 <회개하는 성 베드로>에서 예수를 배반하고 뒤늦게 이를 회개하는 베드로를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과 본성을 낱낱이 파헤쳐 놓았다. 반면 사실주의 작품에서는 현실 그 자체를 나타내기를 열망한 화가들의 새로운 이상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의 사실주의 화가 오노레 도미에는 <봉기>에서 혁명과 폭력으로 얼룩진 19세기 프랑스 서민의 각계각층의 모습을 꾸밈없이 묘사했다.

 

빛의 미술, 인상주의

19세기 후반, 미술사의 흐름을 바꾼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는 인상주의이다. 인상주의는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물의 인상을 그 렸다. 마네의 <스페인 발레>는 인상주의 작가들이 추구한 찰나의 순간에 대한 감각, 빛의 움직임을 원근법 없이 나타낸 대표적인 인상주의 작품이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독창적인 화법을 구사한 폴 세잔과 반 고흐의 작품도 수 편 전시되어있다.

 

피카소와 <푸른방>의 비밀

두 번째 방 ‘Look’은 이전까지의 개념을 깨고 대상을 여러 시점에서 보는 입체주의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입체주의 대가 피카소의 <투우> 작품은 역동적으로 사물을 묘사함으로써 남성성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고 있다. 피카소의 또 다른 작품 <푸른방>은 숨겨진 그림이 발견된 특이한 작품이다. 오래전부터 <푸른방>은 붓질이 작품의 구성과 어울리지 않다고 지적받아 왔다. 그리고 2008년 첨단 적외선 영상기술을 통해 목욕 하는 여성 그림 밑에 나비넥타이를 맨 한 남성의 초상화가 확인됐다. 전시장에서는 남성의 이미지를 복구해 작품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전통 방식을 버린 추상미술

마지막 방 ‘Feel’에서는 색채를 중요하게 여긴 야수주의와 표현주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추상미술이 주는 감동을 음악에 비유한 칸딘스키의 <가을 II>는 선명한 색채로 역동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표현주의 작품들은 색채와 선, 면의 순수한 조형 요소만으로 감성을 울린다.

또한, 현실적인 묘사를 부정하고 직관, 압축적인 표현을 추구한 현대 추상미술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잭슨 폴록은 <구성>에서 캔버스 천에 물감을 뿌리고 흘리는 기법인 액션 페이팅을 시도했다. 그는 이 기법으로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라는 명성을 얻었다. 전시장 한 편을 자랑스럽게 장식하고 있는 김환기의 <27- 11-70>은 여러 번 점을 찍은 대형 점화로 그가 고국을 그리워하며 제작했다 한다.

 

화가들은 동시대 미술의 틀과 형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화풍을 확립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다. 이들의 모험은 서양 미술사를 이끌었고,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천재 화가들의 삶과 도전을 엿볼 수 있는 <피카소와 천재화가들>을 감상하러 대전시립미술관을 찾아보자.

 

 

사진/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글/ 박지현 기자

pajihu311@kaist.ac.kr

 

기간| 7월2일~10월9일

장소 | 대전시립미술관

시간 | 10:00 ~ 19:00

요금 | 12000원

문의 | 042) 483-3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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