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문을 읽는, 혹은 며칠 앞서 외부언론을 통한 뉴스를 접한 해양시스템공학전공 원우들은 아마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해양시스템공학전공이 기계공학전공과 같은 학부로 통합된다. 해당 사안을 취재하러 간 본지 기자에게 한 교수는“언제 학생들에게 말해줄지 의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무도 당사자인 해양시스템공학전공 원우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원우들은 언론 혹은 소문으로부터 위와 같은사실을 먼저 접했을 것이다.

정보보호대학원 원우들은 전산학과와 정보보호대학원이 통합된다는 사실을 ‘알고는’있었다. 3월 달부터 진행되던 안이 6월에서야 원우들에게 알려졌긴 하지만 말이다. 이들도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학교와 대화에 나섰지만, 학교 측은 일방적인 통보만 하는 상태다. 이들은“다양한 학과와연계해 연구를 진행하는 정보보호대학원이 전산학과 통합된다면 학문의 발전이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비슷한 시각, 학생회관에서는 동아리정등록 심의가 한창이다. 우리 학교는 지난 2010년 신입생 선발 인원을 기존 760여 명에서 900여 명으로 크게 늘렸다. 10학번 학우가 4학년이 된 지난 2013년을 전후로, 학교는 북적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 동아리 지원금 전체예산은 지난 2011년 이후 동결되었다. 기성회비 규모가 줄었기 때문에 올해도 동아리 지원금은 늘려줄 수 없다고 한다. 파이를 키울 수 없으면 입을 늘여서도 안되기에, 정동아리 심사는 더없이 엄격하다. 대학생정치경제연구회 ‘소셜메이커’가 정동아리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에 “좌 편향은 싫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오늘도 학교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KAIST의 핵심가치는 ‘창의’와 ‘도전’이라는 문구가 흘러간다. 문지캠퍼스에 공동기술창업화센터를 발족했다는 소식을 무심하게 읽어본다. 교육지원동에 입주한창조경제혁신센터의 네온사인이 오늘따라 휘황찬란하다.

꼭 특허를 내야만 창의적이고 창업을해야만 도전적인가. 아직 새로운 분야의학문을 연구하는 것은 ‘창의’가 아닌가.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스스로 모임을 만들고, 그것을 함께 나누려 하는것은 ‘도전’이 아닌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정치를 논하고 교육을 나누는 ‘일상의 창작’을 누리는 것을 보장해 줄 수 없다면, 학과 간 장벽을 허무는 융합연구에 도전하는 것을 저해한다면 KAIST의 창의와 도전은 아직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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