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 산하 기구인 인권센터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연구환경만족도조사(이하만족도조사)가 지난달 30일 공개되었다. 하지만 이번 만족도조사는 설문조사 주체, 방식, 문항, 공개 방식 등 많은 문제가 드러났고, 결국 김연주 원총 회장이 ARA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전체 교수에게 사과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일단락났다.
 
비록 이번 만족도 조사가 졸속으로 추진되었고, 연구 환경 개선은커녕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 불신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로 귀결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학교 대학원생들의 대표자로서 대학원생들의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한 원총의 노력은 그 자체로 평가받아야 하며, 이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더욱 신중하고 진지하게 연구 환경 실태와 개선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해서 정확한 실태 조사가 선행되어야함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만족도 조사는 응답률이 10% 내외로 실태 조사로서 의미가 없었다. 원총은 5월 2일부터 20일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행된 만족도 조사에 참여율이 왜 10% 내외밖에 되지 않았는지부터 연구해 보아야할 것이다. 유의미한 자료로 인정되려면 최소한 몇 퍼센트의 참여율이 필요한지도 사전에 연구될 필요가 있다.
 
대학원생들의 인권은 보호되어야 하며, 다른 모든 조직들처럼 원총이 산하 기구로 인권센터를 설치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연구환경만족도 조사가 인권센터 차원에서 진행된 데에 대해 적지 않은 학내 구성원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참여율이 그처럼 저조한 데에는 설문조사 주체가 부적절한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지도교수의 논문 또는 실험 지도 방법에 대한 만족도’,‘본인 연구 주제에 대한만족도’,‘입학 전, 홈페이지와 지인을 통해 얻은 정보가 현재연구실 생활과 일치하는 정도’등의 설문 문항은 ‘인권’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연구 환경에 해당하는 문제다. 지도교수의 논문 지도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인권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전체 5문항 중 3문항은 이처럼 인권센터에서 물을 문항이 아니었던 셈이다.
 
인권센터 차원에서 진행된 만족도 조사였다면, 결과의 공표역시 인권을 가장 먼저 고려했었어야 함에도, 이번 만족도 조사의 공표는 설문에 참여한 학생, 평가 대상이 된 지도교수의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적지 않았다. 랩을 운영하는 교수에게 ‘지도학생 중 10%는 이러저러한 불만이 있다’는 식으로 통보하는 것은 연구 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제 간의 불필요한 불신과 갈등만 야기할 따름이다.
 
비록 이번 만족도 조사는 만족스럽지 못하게 끝났지만,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한 실태 조사로서 연구 환경 만족도 조사는 주기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원총은 이번 만족도 조사가 야기한 혼란을 교훈 삼아 조사 주체와 방식, 설문 문항, 공표 방법등에 대해 차분하고 진지하게 연구 및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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