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원조 탱고 연주하는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 씨

 영화 ‘여인의 향기’ 덕분에 누구나 한번쯤 강렬하고 관능적인 탱고 음악의 선율을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알고 있는 세련되고 귀족적인 탱고는 유럽풍의 탱고이지 거칠고 남성적인 아르헨티나의 원조 탱고가 아니다. 슬프고 아름다운 선율을 자아내는 손풍금 ‘반도네온’은 아르헨티나 탱고에서 절대 빠질수 없는 악기다. 우리 학교 출신 아르헨티나 탱고 반도네온 연주가 고상지 씨를 만나 그녀의 음악가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고상지 씨 / 고상지 씨 제공
 
음악에 빠지게 된 계기는
 
KAIST에 입학한 후 오리엔테이션 때 밴드 동아리의 공연을 인상 깊게 봤어요. 그래서 꼭 밴드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아무 것도 없었는데, 인피니트가 오디션 없이 사람을 선발한다고 해서 들어가게 되었어요. 인피니트에 들어간 뒤에 베이스를 처음 배우게 되었죠.
 
 
반도네온을 선택하기까지
 
밴드 활동을 하면서 악보를 보지않고 음을 따는 연습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베이스뿐만 아니라 건반에도 많은 흥미를 느꼈었어요. 여러 음악을 건반으로 연습해보던 도중, 제가좋아하는 게임 음악의 코드 진행이 탱고의 코드진행과 비슷해 탱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탱고에 관심을 갖다보니 탱고의 대표 악기인 반도네온에 특히 관심이 가서 도전하게 되었어요. 악기를 구하는 것은 아르헨티나에 살고 계셨던 이모께 부탁했고 가격도 높지 않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왜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는지
 
수학이 좋아서 KAIST에 왔는데 막상 대학에 오니 제가 생각하던 것과는 너무 달랐어요. 그래서 공부는 점점 흥미가 떨어졌고 동아리에 전념하다 보니 수업이나 시험도 빠지기 일쑤였죠.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데, 출석 체크를 위한 수업에 가야하나’라는 회의감도 들었고요. 그렇게 음악 쪽으로 마음이 옮겨가면서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휴학을 하고있던 당시 KAIST의 한 외국인 교수님과 충남대 앞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던 도중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고 그 이후로 공연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흔치 않은 악기,배우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저는 매번 스스로 악기 연주법을 깨우쳤어요. 대학 시절 밴드에 들어갔을 때도 베이스를 혼자서 익혔기 때문에 반도네온에 도전하는 데 큰 두려움은 없었어요. 강습은 돈이 많은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뭐든 혼자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라고 여겼어요. 한번은 아는 분이 일본의 반도네온 연주가 코마츠 료타에게 저를 향한 격려의 메일을보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정말로 힘내라는 메일이 온 거에요. 그 메일을 받고 반도네온을 가르쳐달라는 답장을 보내 사사를 했는데 정식으로 악기 강습을 받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에요.
 
 
밴드 구성원들은 어떻게 탱고에 빠지게 되었는지
 
장르가 특수한 탓에 밴드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원조 탱고가 아닌 유럽풍의 탱고에 익숙해져 있어서 원조 탱고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죠.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는 쿠바 재즈를 연주하던 사람이었는데, 처음에 많이 힘들어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탱고에 푹 빠져 많은 연습을 거친 끝에 능숙한 탱고 연주가가 되었어요. 저희 밴드의 바이올리니스트는 다양한 장르를 좋아했어요. 이 사람은 악보 없이 연주하는 것이 익숙했기 때문의 탱고만의 악보 없는 연주 기법을 쉽게 익힐 수 있었어요. 연주하는데 있어 여러 사람을 거쳤지만 정말 한 우물만을 함께 파게 된 사람은 이 둘 뿐이에요.
 
 
반도네온이 대중적이지 않은악기이기 때문에 가지는 장단점은
 
정말 좋은 기회가 쏟아져 내렸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음악가 하림과 함께 일한 적도 있고 코마츠 료타의 사사를 한 적도 있고, 김동률 콘서트의 무대에 서기도 했어요. 하지만 거장의 연주를 직접 볼 기회가 적기 때문에 연주를 보면서 얻을 수 있는 자기 발전의 기회가 적다는 것이 단점이에요. 그래서 가르침이 필요할 때마다 일본이나 아르헨티나까지 직접 찾아가곤 하죠.
 
 
유학 도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르헨티나에는 반도네온을 빼앗아 악기상에 팔아넘기는 강도들이 많아요.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 강도를여러 번 만난 적이 있는데 다행히 매번 반도네온을 들고 있지 않아 돈만 빼앗기고 그쳤어요.
 
 
자신의 음악적 소질에 대한 생각은
 
음악적 소질도 분야가 매우 다양해요. 장르별로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음감이나 즉흥연주 등 특정 분야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 있죠. 저는 리듬을 너무 못 맞춰서 뼈를 깎는 연습을 했어요. 하지만 최악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저는 작곡 능력에서 인정 받고 싶어요. 작곡이 잘 되면 제 능력이 모자라더라도 행복할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기간은
 
지금이 가장 기억에 남는 기간이에요. 지금까지는 좋은 기회가 정말 많이 찾아왔었어요. 홍보나 기획사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만든 앨범이 나오고 나서 홍보를 하는데 막막하더라고요. 저는상품 가치가 없고 기획사에서 데려가고 싶어 하지 않은 음악가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다른 음악가들은 지금까지 스스로 해왔던 일이라는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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