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고양이는 ‘요물’이라 불리며 불길한 동물로 취급받았다. 길고양이는 높은 번식률과 집고양이 유기에 의해 개체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길고양이의 증가는 지역 사회의 문제로 대두했고 개체 수 조절을 위해 길고양이를 안락사시켰지만 크게 효과가 없었다. 현재는 안락사를 대신해 TNR 사업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움받는 길고양이 종착지는 보호소
길고양이는 한 번에 새끼를 4~6마리 낳을 만큼 번식력이 뛰어나다. 또한,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며 덩달아 버려지는 고양이도 늘고 있다. 고양이는 빠르게 도시 환경에 적응해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등 주변 환경을 해치고 영역 싸움을 벌여 소음을 일으킨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유기동물로 취급해 구청이나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신고하곤 했다.
길고양이, 어떻게 안락사 되나
민원이 접수된 길고양이는 유기동물보호센터로 인도되고 등록을 마친 후 유기동물보호사이트에 공고된다. 공고 후 10일이 지나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 분양 또는 안락사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전시청 농업유통과 이요안나 씨는 “대전시는 10일이 지났다 해서 바로 안락사시키지는 않는다”라면서도 “포획됐을 때부터 전염병에 걸려있거나 치료로 회생이 힘든 동물은 안락사시킨다”라고 말했다.
안락사, 개체 수 조절에 효과 없어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는 길고양이를 유기동물로 취급해 안락사시키고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 개정 조항 14조와 시행규칙 13조를 보면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 즉 길고양이는 구조·보호조처의 대상이 아니다. 법적으로 유기동물이 아닌 길고양이가 우리와 함께 사는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포획되어 안락사당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안락사는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수차례 고양이 집중 소탕 작전이 1999년 경북 영양군과 2000년도 거문도에서 벌어졌었다. 대량의 고양이를 학살했지만 결국 개체 수 조절에는 실패했다. 이는 고양이의 높은 출산율과 일시적으로 개체 수가 줄어 먹이 환경이 좋아지며 이웃지역의 고양이가 몰려드는 진공효과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 새로 정착하거나 운 좋게 잡히지 않은 고양이들은 경쟁자가 줄어든 환경에서 많은 새끼를 낳았고 그로 인해 수가 유지된 것이다. 길고양이 안락사는 대상 선정이 잘못 됐을 뿐만 아니라 효과도 없는, 단순히 생명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길고양이 중성화 TNR 사업 ‘희생’아닌‘ 공생’ 꿈꾼다
현재는 ‘TNR 사업’이 안락사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TNR은 포획(Trap)-불임수술(Neuter)-방사(Return)를 뜻하며 문자 그대로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시키고 방생함을 의미한다. 수술 뒤에는 전염병 방지를 위한 백신과 구충제를 접종하고 TNR이 되었다는 표식으로 왼쪽 귀를 약 0.9cm 자른다.개인이나 민간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시행되던 TNR 사업은 우리나라에서 2008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전국 지역사회로 확대되고 있다. 대전시의 경우 작년까지는 대전동물보호센터에서 사업을 진행하였으나 올해부터 본 목적인 동물보호에 집중하고자 각 구청에서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로선 중성화 수술이 최선
TNR 사업이 개체 수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동물의 가임 능력을 인위적으로 없애는 것이 도덕적으로 올바른가에 대한 물음도 꾸준히 제기되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임신이 생명에 위협적일 수 있는 길고양이에게 TNR 사업은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TNR 사업이 수컷에게는 영역 싸움, 암컷에게는 출산으로 인한 위협을 줄이고 사람들에게는 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TNR 사업, 아직은 넘을 산이 많다
하지만, TNR 사업 역시 한계가 있다. 수술 후 수컷은 최소 24시간, 암컷은 3일 동안 보호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동물보호단체는 이 기간이 원래 건강상태로 회복되는데 불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새끼고양이와 임신 및 수유 중인 암고양이는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고양이가 수술된 경우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포획장소와 방사장소가 다른 경우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심각한 방황을 겪기도 한다. 고양이들이 안전히 도시로 복귀하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재정적인 문제도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전시의 경우 안락사를 시킬 때 한 차례 당 1만 원이 드는 반면 중성화 수술이 필요한 TNR은 마리당 9만 원이 든다. 유성구의 TNR 사업 담당자는 “유성구는 매년 100마리 정도의 고양이를 TNR 시켰는데 올해는 시청에서 75마리 정도만 할 수 있도록 예산이 내려왔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각 구의 사업을 총괄하는 시의 담당자는 “TNR 사업 자체가 지역자치 사업이기 때문에 구청 자체에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아직 일반인에게 TNR 사업은 생소하다. 주민 사회에 TNR 사업을 알리고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차원의 적극적 홍보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유성구청 TNR 사업 담당자는 “TNR이 길고양이 증식을 억제하는 가장 인도적인 방법이라 생각해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라며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길고양이가 우리에게 피해를 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배척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거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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