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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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박지현 기자
  • 승인 2014.07.3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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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어릴 적 기억을 가지고 있다. 행복한 추억은 힘들 때 기운을 북돋아 주기도 하고, 안 좋은 기억은 평생 그 사람의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때론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라는 영화의 시작 문구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핵심코드인 기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잊고 있던 추억과 애틋함을 되찾아줄 마담 프루스트의 신비한 정원으로 함께 떠나보자.


주인공 폴은 부모를 여읜 이후 말을 잃는다. 부모 대신 두 이모의 과보호에 가까운 관심을 받으며 자란 폴은 이모들의 의지에 따라 피아니스트가 된다. 어릴 때는 뛰어난 재능에 주목받았지만, 지금의 폴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는커녕 댄스교습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할 뿐이다. 폴은 부모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부모님과의 어릴 적 사진과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는 과거가 절실한 청년이다.

파란색 양복에 곱슬머리, 아름답고 슬픈 눈을 가진 이 33살의 프랑스 청년은 어느 날 이웃인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마담 프루스트의 집은 그녀가 기르는 작물들로 가득 차 있는데 그녀는 이 정원의 작물로 만든 차로 사람들의 기억을 되찾아준다. 폴이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것을 안 마담 프루스트는 ‘네 엄마가 어디 있는지 알아’라며 폴에게 차를 권한다. 차를 마신 폴은 기억 속의 부모님을 만나고 매주 목요일에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찾아가 차를 마시며 숨겨진 기억을 더듬는다.

어린 폴의 시각으로 그려지는 추억은 음악과 어우러져 뮤지컬적 연출을 만들어낸다. 실제 상황에 폴의 감정이 덧씌워지며 즐거운 기억은 발랄한 음악과 춤으로 표현되고 슬펐던 일을 떠올릴 때면 세계가 어지럽게 일그러진다. 뮤지컬적 기법은 감독에 의해 절묘하게 표현되어 영화의 잔잔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이 영화는 주인공 폴의 인생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폴 외의 마담의 환자들, 그리고 마담 프루스트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된다. 인도에서 깨달음을 얻은 마담 프루스트는 처음에는 기억을 조정할 수 있는 기이한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의 신비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마담 프루스트는 유럽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 인물은 아니다. 경찰에 신고당해 끌려가고 마담이 폴을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한 두 이모에게 머리가 뜯기기도 하는 보통 사람이다. 그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폴에게 남긴‘ 하고 싶은 걸 하라’는 글은 초월적인 인물이 아닌 폴에게 안타까움을 느낀 한 사람으로서의 메시지이기에 더욱 마음에 깊이 다가온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프루스트의 푸른 정원만큼이나 선명하고, 동시에 비밀스러운 추억을 들춘다. 추억들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행동, 크게는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 영화관에서 폴이 기억을 찾는 여정을 따라 인생에서 특별했던 일들을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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