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랑]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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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
  • 김하정 기자
  • 승인 2014.07.30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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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에도 없는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주변 어느 곳에서나 찾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제3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한 정지향의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다. 우정과 사랑,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서울에 캠퍼스가 생긴 지방의 한 예술대학교에 다니는‘ 나’는 같은 동아리에서 만났던 선배‘ 요조’와 동거 중이다. 그들의 동거는 생기가 넘치지도, 뜨겁지도 않다. 매일 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둘의 생활은 무미건조하면서도 장마철의 습기처럼 눅눅하다. 둘은 방학이 시작돼 집으로 모두가 떠난 대학가의 자취촌을 부르는 말인 ‘고아의 도시’에 살고 있다. 그들의 삶은 고아의 도시를 닮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페이스북으로 인도여행에서 만났던 친구 ‘민영’과 연락하던 중 민영이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18살 때부터 여행을 시작해 전 세계를 떠돌고 있는 민영은 ‘카우치 서퍼’였다. 카우치 서퍼란 각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소파에서 잠을 자며 여행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엄마가 사고로 죽은 후 무작정 떠났던 인도에서 만난 교포인 민영과 친해진 ‘나’는 나중에 한국에서 소파를 내어주기로 약속한다. 한국에 가게 되었으니 소파를 내어달라는 민영의 부탁을 수락하게 된 ‘나’는 요조와 자신의 집으로 민영을 데려온다. 소파 하나도 없는 작은 방에서 세 명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것이다.

무기력한 나날의 연속이었던 ‘나’와 요조의 삶은 민영의 등장으로 달라진다. 매일 아침 요리를 해먹기 시작하고, 전기세 걱정에 틀지 않았던 에어컨도 튼다. 사랑과 우정이 혼재한 그들의 모습은 마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몽상가들>의 세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고아의 도시에서 권태에 젖어있던 세 청춘은 책의 막바지에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작가는 나비가 되기 전의 번데기처럼, 그들의 우울은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었음을 강조하며 책을 마친다. 대학소설상 수상작이라고 하기에는 이야기가 조금 허술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대학생이 들려주는 대학생의 이야기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비록 지금은 소파 하나도 놓지 못하는 집에 살고 있더라도, 카우치 서퍼에게‘ 초록색 가죽소파’를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나’의 말이 머릿속에 남아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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