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의 파리는 다사다난했다. 정권이 바뀌고,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이 가져다 준 새로운 기운이 가득했으며 사람들은 오늘날과 비슷한 도시에서 살아가기 시작했다. 19세기는 미술계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있던 시기다. 사진의 등장은 화가들에게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주었고,‘ 인상주의’라는 새로운 화풍이 미술계를 강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오르세미술관전’은 19세기 미술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느낄 수 있었던 미술사조의 흐름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소개한다.


파리, 근대도시로 탈바꿈하다

“파리인의 삶은 시적이며 놀라운 사건으로 넘쳐난다. 공기 같은 경이로움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 유명한 시인 보들레르가 남긴 말이다. 19세기의 파리는 변화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도시 재정비 사업과 만국 박람회를 거치며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고, 철과 유리로 만든 건물이 파리 중심지에 세워졌다. 웅장하고 깔끔한 ‘근대 도시’ 파리에서 사람들은 여유로운 삶을 누렸다. 화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프레데릭 소리유는 <퐁네프 다리에서 본 라 벨 자르디니에르의 전경>에서 새로운 건물과 그것을 향유하는 도시의 사람들을 그려냈다.

인상주의의 대두
클로드 모네의 <양산 쓴 여인>은 순간의 빛을 포착해 그리는 당시 인상주의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바람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두꺼운 붓터치와 빛을 받아 빛나는 여인의 드레스에서 모네가 보았던 풍경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이 분다>를 떠오르게 하는 이 작품은 이번 전시의 대표작중 하나다.

신인상주의, 과학적 기법을 사용하다
쇠라와 시냑은 ‘느낌’만을 중요시했던 인상주의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그들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색을 구현하려 시도했다. 그들이 사용한 ‘점묘법’은 색이 다른 여러 개의 점을 배치해 색점이 우리 눈으로 들어올 때 빛이 합쳐지면서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신인상파인 시냑의 <저녁 무렵의 아비뇽>은 햇볕을 받아 따뜻한 색을 발하는 교황청의 풍경을 다양한 방향의 점을 찍어 표현했다.

원시적 삶을 좇은 고갱, 고독한 천재 반 고흐
고갱은 산업화되어가는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 했다. 퐁타방이라는 지역에 정착한 그는 이국적인 주제를 강렬한 색으로 표현했다. 고갱의 <노란 건초더미>는 고갱이 좇았던 따뜻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대표작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반 고흐의 <시인 외젠 보흐의 초상>은 이번 전시의 최고 인기 작품이다. 고흐의 다른 작품인 <별이 빛나는 밤>을 떠올리게 하는 색채와 그만의 독특한 붓 터치는 모르고 봐도 고흐의 작품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얼굴을 채색할 때 단순히 살구색으로만 칠한 것이 아니라, 과감한 색채를 사용한 점이 특히나 인상적이다. 

벨 에포크, 세기말의 파리
세기말의 파리는 ‘벨 에포크’라는 불리는 아름다운 시절을 보낸다. 세기말의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꿈과 잠, 환영을 그림의 주된 주제로 삼는다. 레옹 프레데릭의 <황금시대>는 고대 그리스를 유토피아로 삼아 그린 그림이다. 몽환적이면서도 화려한 그림들로 당시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글보다는 그림에서, 그림보다는 사진에서, 사진보다는 영상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과거의 사람들이 그다지 멀지 않음을 느낀다. 이번‘ 오르세미술관전’은 글과 그림, 조각과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당시의 미술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이번 방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9세기 미술과 조금 가까워질 기회를 가져보자.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글/ 김하정 기자
hajung0206@kaist.ac.kr

기간 | 5월 3일 ~ 8월 31일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시간 | 09:00 ~ 18:00
요금 | 12000원
문의 | www.orsay2014.co.kr
02) 325-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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