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 번역한 김명남 동문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 조앤베이커의 <물리와 함께하는 50일>, 리처드 C. 프랜시스의 <쉽게 쓴 후성유전학>와 같은 교양 과학도서부터 로버트 E.웰스의 <코끼리에게 태양이 왜 필요할까요> 등의 과학 동화책까지 다양한 과학관련 도서들을 번역한 동문이 있다. 바로 김명남 동문(화학과 졸업)이다. 김 동문이 번역가가 되기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 들어보았다

 

“연구자보다는좀 더 실용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 학교에 입학한 김 동문은 대학생 때부터 현실과는 좀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연구자의 길보다는 좀 더 실생활과 과학을 접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김 동문은 인문사회과학부의 조교로일하면서 윤정로 교수, 박우석 교수등과 함께 과학사 및 과학철학전공에석사로 진학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당시에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과정이 있는 대학교 대학원은 서울대학교 대학원와 고려대학교 대학원, 2군데밖에 없었다. 그러나 안타깝게김 동문은 서울대학교 대학원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 과정 입시에 실패했다. 김 동문은 “이후 고려대학교대학원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에갈 까도 생각했어요. 그러나 등록금등 여러 이유 때문에 고려대학교 대학원 진학을 포기했어요”라고 회상했다. 그 이후 김 동문은 “기술고시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는 생각에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 진학했다.

 

문화부의 한 기자,취재가 싫어 그만두다

1999년 말, 대학원을 졸업한 김동문은 동아일보에 기자로 취직했다. 김 동문은 “당시에 동아일보가 어려운 시험이 아닌, 단순히 상식, 글쓰기정도만 평가해서 운 좋게 합격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가 된 지 1년도 안 된2000년,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던김 동문은 사표를 썼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김 동문도기자는 단순히 글만 쓰는 직업이라고여겼다. 그러나 막상 기자가 되어보니 글 쓰기 외에도 취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했다. 김 동문은“취재 과정은 저에게는 맞지 않았어요”라며 기자를 그만 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김 동문은 “기자 생활로인해 글 쓰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지만, 저에게는 그냥 인생에 한 번쯤 해볼만 한 경험, 그 이상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겸업으로 번역 시작기자를 그만둔 김 동문은 한 인터넷 서점에 취직했다. 그 곳에서 책을읽고, 그 책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책을 홍보하는 작업을 했다. 그러다2003년에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우리 학교의 한 선배의 제의로 ‘과학도서 번역’을 시작했다. 그렇게 김동문은 처음으로 개리 마커스의 <마음이 태어나는 곳>이라는 책을 번역했다.

그 이후로 김 동문은 약 3년간 낮에는 인터넷 서점에서 리뷰를 쓰고,밤에는 책을 번역하는 소위‘ 투잡’을뛰었다. 그러다가 2006년, 인터넷서점 일을 그만두고 전업으로 번역가를 하기 시작했다.

 

번역가,“ 쉽게 추천하지는 못하겠어요”

번역가는 프리랜서다. 일하는 장소나 근무 시간 등을 자유로이 정할수 있는 직업인 것이다. 그럼에도 김동문은 근무 시간을 주중에 9시부터6시, 점심시간 1시간으로 정해 두고보통 직장인들처럼 규칙적으로 일한다. 제약이 없기 때문에 계획 없이 일하게 되면 밤이나 주말에도 일하게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건강에 무리가 간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김 동문은 번역가를 “엉덩이로 하는일”이라며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책을 번역하는 것은 책을 완전히 ‘이해’해지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단순히 책의 내용만 아는 것이 아니라,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을 다 이해해야한다. 김 동문은“ 저는 책을 5번 정도 읽고 번역을 해요”라며 “다른 번역가는 저자에게 메일을 보내내용을 확인한다고도 해요”라고 밝혔다.

또한, 책을 번역할 때에는 다양한지식이 필요하다. 영어나 한국어를잘하는 것 말고도, 책에 써진 농담을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어나 라틴어등도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그리스로마신화나 성경 등에 대한 다양한교양 지식도 필요하다. 김 동문은“번역가는 계속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다”라며 번역가의 고난을말했다.

또한, 김 동문은 “번역가는 많은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에요”라며 “그래도 번역을 하고 싶으면, 먼저 자신이 원하는 책 등을 번역해보시고 생각해보세요”라고 충고했다.

 

교양 과학도서 시장 활성화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교양과학도서’ 산업이 잘활성화되어있지 않다. 김 동문은 “우리나라는 정재승 교수의 <과학 콘서트>말고는 유명한 과학도서가 없다고 할 정도로 아직 교양과학도서 시장이 좁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동문은 대중에게 과학이 많이 소개되어야 과학도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로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코스모스’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고, 사람들의 우주에 대한 관심이높아졌다. 이 덕분에 NASA에 대한투자가 늘어나 미국의 우주과학이 발전했다. 김 동문은 “과학도서 시장이넓어져야 대중들도 과학 지식을 익히고, 과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라며 “그러면지금처럼 실적만을 위한 연구가 아닌다양한 연구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자연스레 과학이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번 뿐인 학창시절,여러 가지에 도전해보세요”

김 동문은“ 대학생 때는 제가 번역가로 일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라며 앞날은 누구도 모른다고말했다. 이어 김 동문은 전공과목보다는 교양과목을 더 재미있게 들은경험을 이야기 하며 “그 때 들은 독일어, 프랑스, 영어 쓰기 등의 교양수업에서 얻은 지식이 지금 번역할때 도움이 많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 동문은 학창시절에 동아리, 취미 활동 등을 통해 얻은 경험과지식들이 전공 지식보다 더 쓸모 있게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동문은 학우들에게 “그러니 학창 시절에 여러 가지를 해보세요”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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