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회고전을 개최한다. <이타미 준 : 바람의 조형>전은 과천미술관에서 전시의 다양성을 장려하기 위해 개최하는 건축 분야 전시의 두 번째 기획전이다. 이타미 준은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일찍이 예술에 대한 재능을 드러냈다. 그는 2005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 수훈으로 예술적 감각을 인정받았으며 이는 그의 건축물로 이어졌다. 전시실은 이타미 준의 작품 제주 프로젝트의 일부인 <풍 박물관>을 재현하며, 땅의 지형과 바람의 노래에 귀를 기울인 그의 작품 세계의 기원과 흐름을 소개한다.

 

자연적인 소재를 살린 건축

이타미 준은 건축물에 현대의 대표적인 건축 자재인 콘크리트에 흙, 돌, 금속, 유리, 나무 같은 자연 소재를 대비해 특징을 부각시켰다. 특히 그는 건축물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며 건축물에 쓰인 소재의 질감과 특성을 작품의 일부로 활용했다. 이타미 준의 데뷔작품인 <어머니의 집>은 유리의 특성을 활용한 건축물이다. 이 주택의 특징은 외벽을 감싸는 유리 곡면이다. 유리 곡면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색깔을 바꿔 때로는 푸른빛으로, 때로는 금빛으로 반짝인다.

 
현대 건축의 결핍을 채워주는 원시적 요소와 따뜻함
이타미 준은 복제된 듯 똑같은 모습을 한 차가운 건축물을 비판했다. 그는 현대 건축에는 건축의 기본적인 구성요소가 빠졌다고 주장했다. 건축물에는 인간의 따뜻한 온도와 야성적이고 근원적인 매력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야성적이고 근원적인 매력은 자연적인 소재를 사용해야만 표출된다. 번잡한 도시 한복판에 세워진 이타미 준의 건축물은 자연의 소재로 묵직한 무게감과 야성적인 매력을 드러낸다.
<각인의 탑>은 그의 한국 스튜디오이자 자료관으로 쓰기 위해 건설되었다. 돌과 흙을 재료로 지은 <각인의 탑>은 마치 하늘을 향해 기원을 올리는 듯한 단단한 탑의 모습으로 현대와는 동떨어진 원시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M빌딩>, <먹의 공간> 등도 암석, 대나무, 철의 자연미를 강조하며 현대 건축에 일침을 가한다.

건축, 이어주는 다리가 되다
이타미 준은 초기에 소재를 강조했던 모습을 탈피하고 거리감 있는 두 주제를 잇는 매개체로써 건축물의 역할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진행한 작업은 온화한 자연을 활용하며 과거와 미래, 하늘과 땅을 잇는 건축물을 제작했다. <게스트하우스 올드 & 뉴>는 건축물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통로로 사용되었다. 두 개의 직육면체 조형은 각각 과거와 미래를 상징한다. 전통과 과거를 흙벽돌로, 미래와 현대를 흰 돌로 표현하며 시간을 초월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오펠 골프 클럽하우스>는 몸을 한층 낮춘 건축물로, 하늘과 땅이 만나는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 <오펠 골프 클럽하우스>의 한국적인 건축미를 사용한 부드러운 지붕선은 주변 자연경관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구름 형상에서 따온 지붕의 모양은 건축물이 하늘과 땅 사이를 거부감 없이 연결하도록 한다.
 
이타미 준의 정점, <제주 프로젝트>
40년간 그가 쌓아온 내공은 제주 프로젝트를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이타미 준은 제주도의 ‘비오토피아’ 단지를 총괄 설계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제주도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작업의 현장으로 삼았다. 이타미 준은 제주도의 지형과 자연물을 완벽히 파악해 한 폭의 그림처럼 건축물과 자연이 어우러지도록 했다. '비오토피아’단지 내부의건축물 중에 제주도의 산과 오름의 곡선을 활용한 <포도 호텔>, <핀크스멤버스 골프클럽하우스> 그리고 <두손 미술관>은 항상 그 자리에 있던 바위처럼 자연에 녹아들었다. 제주 프로젝트의 진수를 보여주는 <수, 풍, 석 미술관>은 하늘과 물이 만나는 공간, 바람이 지나간 공간, 돌의공간을 아름답게 구성했다. 이렇듯 고향 제주도의 지형을 활용해 이타미 준은 자신의 경력에 정점을 찍는 작품을 제작했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글/ 안은진기자

기간 | 1월 20일 ~ 7월 11일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시간 | 10:00 ~ 18:00, 10:00 ~ 21:00 (토요일)
요금 | 무료 (월요일 휴관)
문의 | 02) 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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