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되자마자 코스타 북 어워드 신인상 등을 받고 화제가 되었던 캐서린 오플린의 데뷔작, ‘사라진 것들’이 우리나라에 출간되었다. 작가는 살면서 누구나 느끼는 고독과 상실을 영국 버밍엄의 한 쇼핑센터를 배경으로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1984년, 탐정이 되고 싶은 10살 소녀 케이트는 하루도 빠짐없이 마을을 순찰한다. 엄마 없이 아빠와 생활하던 케이트는 아빠마저 잃고 난 후, 아빠가 선물해준 책 <탐정이 되는 법>에 쓰인 대로 범죄가 일어날만한 곳에서 잠복해 용의자를 미리 가려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가 범죄가 일어날 것으로 가장 의심스럽게 여기던 장소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쇼핑센터, 그린 옥스다. 그런데 정말로 어느 날, 그린 옥스의 은행 앞을 서성이는 수상한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를 눈여겨보던 케이트는 그 남자의 뒤를 몰래 쫓지만 실종되고 만다.

그리고 책 속에서의 시간은 20여 년을 훌쩍 건너뛴다. 2003년 어느 새벽, 그린 옥스의 경비원 커트는 감시카메라에 찍힌 원숭이 인형을 든 열 살 소녀의 모습을 본다. 소녀를 찾아보려고 하지만 소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한편 그린 옥스 음반 매장에서 일하던 리사는 어느 날 아침 원숭이 인형을 줍게 되고,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소녀를 찾기 시작한다. 

얼핏 줄거리만 들으면 SF 소설이나 추리 소설을 상상하기 쉽지만 그런 종류의 소설은 아니다. ‘사라진 것들’이라는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 외로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그린 옥스에 대한 묘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휴일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그린 옥스 내부의 인파, 서로 단절되어 의욕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소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책 속에 우울함만 담지는 않았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커트와 오빠가 실종된 리사의 삶은 분명 상실로 얼룩져 있지만 그들은 서로, 그리고 또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그 상실을 채워간다. 20년 후 두 사람 앞에 나타난 케이트의 존재는 그들의 상실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그 상실을 채울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도 한다. 이렇게‘ 사라진 것들’의 결말은 당장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에게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은 여운을 남겨준다. 쓸쓸한 날 하루 정도, 캐서린 오플린이 제공하는 너무 차갑지만은 않은 상실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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