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동안 처리 법안 0건
‘식물 상임위’ 오명 쓰기도

지난달 3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가 전체회의와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를 열고 계류 중이었던 37건의 법안을 일제히 처리했다. 미방위는 지난해 9월 이후 계류 법안 중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해‘ 식물 상임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법안소위에 상정된 법안은 총 132건이다. 이들 가운데 중복된 부분을 다루고 있는 법안들을 통합해 통과된 법안의 개수는 37건으로 줄어들었다. 이날 미방위가 처리한 법안은 방송법, 원자력방호방재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이 있다. 또한, 과학기술기본법안, 정부출연연구기관 육성법안, 연구개발특구 육성법안, 우주개발진흥법 등 과학진흥 관련 법안 등이 일괄적으로 통과되었다.

미방위 파행으로 인해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여러 집단으로부터 조속한 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 YMCA, 알뜰통신 사업자협회, 이동통신유통협회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빠른 심의를 요구했다. 지난 2월에는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이 미방위 법안 중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등을 포함하는 7개의 민생 법안을 선정해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의 성명은 ICT 산업의 변화가 빨라 관련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법률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관련법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클라우드 산업의 육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산업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클라우드 산업은 국가 간 경계가 희미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세계 기업의 국내 시장 장악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국클라우드서비스협회 최백준 이사는 “클라우드 법은 대부분의 국민이 클라우드 단말기인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꼭 통과되어야 하는 필수 법안이다”라고 말했다.

9개월 동안 미방위의 법안 심사가 중지된 이유는 방송법 개정안에 관해 여야 간 의견 충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법 개정안 내용 중 종합편성채널 등 민간방송사에서 편성위원회를 구성할 때 노조 측과 회사 측 인사를 같은 명수로 구성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미방위의 다른 법안도 발목이 잡힌 것이다.

지난 2월 편성위원회 관련 조항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을 여야가 합의했으나 새누리당이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해 다시 입법이 이뤄졌다. 결국, 이날 야당이 편성위 조항을 삭제하자는 여당의 주장을 받아들임으로써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러한 입법 지연 사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법안 의사일정이 거부되고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방위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를 동시에 소관하기 때문에 입법이 지연된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적 쟁점이 얽힌 방송 분야 때문에 과학기술 정책과 민생 법안의 처리가 늦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16일 여야 원내 지도부는 미방위로부터 방송과 통신 분야를 분리하는 데 합의를 보고 상임위 분리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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