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팀]수학적 모델링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 시스템생물학적 방법으로 세포의 움직임 예측해… 동물 실험으로도 가설 증명

 우리 학교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팀이 대장 조직에서 암 발생을 억제하는 일련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는 암 발생에 관련해 β-카테닌의 두 가지 역할이 함께 작용하는 것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는 <Cell Reports>지에 지난 3월 28일자로 게재되었다. 

 

세포 분열 촉진과 세포 접착력 증가, β-카테닌의 두 역할

세포 내 신호전달 물질인 β-카테닌의 역할에는 세포 분열 촉진과 세포 접착력 증가 두 가지가 있다. β-카테닌은 세포 분열 관련 유전자의 DNA에 붙어 RNA 전사를 촉진한다. 이는 세포 외부로부터 오는 윈트신호에 의해 일어난다. 윈트 신호가 들어오면 β-카테닌의 농도가 증가하고 전사 과정을 거쳐 세포 분열 관련 단백질이 생성된다. 결과적으로 윈트신호가 들어오면 세포 분열이 촉진되는 것이다. 한편, β-카테닌은 수송 단백질인 APC에 의해 세포 표면으로 이동되어 세포막 단백질인 E-카드헤린과 세포 접착력을 증가시키는 복합체를 형성한다. 따라서 β-카테닌의 증가는 세포 접착력의 증가도 일으킨다.

 

암 발생 억제와 두 역할의 관계 밝혀내

이전까지는 β-카테닌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면 세포 분열이 급격히 증가해 암 발생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조 교수팀은 한 분자가 두 개의 다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에서 세포 분열 촉진 기작만이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기작 모두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β-카테닌에 의해 빠르게 이동해 사멸하는 변이 세포

조 교수팀은 대장 조직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대장 내벽의 장샘 세포들은 들쭉날쭉한 돌기 조직을 형성하고 있다. 돌기의 위쪽, 즉 대장의 내부 표면 쪽으로 갈수록 세포 내 APC와 E-카드헤린의 농도가 높아 세포 접착력이 커진다. 반면, 돌기의 아래쪽으로 갈수록 윈트 신호가 강해 세포 분열이 왕성하다. 장샘 세포들은 돌기 아래쪽의 줄기 세포로부터 발생해 분열을 거듭하면서 위쪽으로 이동해 결국 조직으로부터 대장 내강으로 떨어져 나와 사멸한다. 윈트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강한 변이 세포가 발생하면 변이 세포 내 β-카테닌의 농도가 대폭 증가해 세포 분열이 무차별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β-카테닌의 증가는 E-카드헤린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세포 접착력도 증가시킨다. ‘세포접착차이 이론’에 의하면 세포들은 세포간 접착력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동해 결과적으로 접착력이 비슷한 세포들끼리 모이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세포 접착력이 증가한 변이 세포는 접착력이 강한 세포들이 모여 있는 돌기 위쪽으로 다른 세포들보다 빠르게 이동해 대장 내강으로 떨어져 나와 사멸한다. β-카테닌이 암세포의 발생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암세포가 빠르게 사멸해 암을 억제하는 데에도 관여하는 것이다.

 

▲ (좌) β-카테닌이 적게 발현될 때와 (우) 변이 세포에서 과발현될 때 염색된 세포의 이동 속도 차이 비교=분열이 활발한 세포를 BrDU로 염색해 β-카테닌이 과발현 된 조직에서 변이 세포가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관찰했다/ 조광현 교수 제공

 

시스템생물학적 방법과 동물 실험으로 메커니즘 규명해

조 교수팀은 β-카테닌의 두 가지 역할, 비정상적 윈트 신호, 조직 접착력과 세포 분열 속도 구배의 특징을 담고 있는 수학적 모델을 제작해 시뮬레이션을 작동시켰다. 그 결과 모델의 변이 세포가 돌기 위쪽으로 빠르게 이동해 사멸하는 현상이 관측되었다. 또한, 쥐의 대장에서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만 선택적으로 염색 후 변이 세포를 추적해 실제 동물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이 시뮬레이션의 결과와 일치함을 확인했다. 

 

기존의 대장암 치료 약물은 β-카테닌의 세포 접착력을 증가시키는 역할이 암 억제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배제하고 윈트 신호를 억제하는 방향으로만 제작되어왔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로 β-카테닌의 세포 접착력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함께 촉진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라며 “또한, β-카테닌과 E-카드헤린의 상호작용을 방해하지 않도록 약물을 제작해야 한다”라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강조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