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동안,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에서는 전 세계의 영화를 아우르는 커다란 축제가 벌어졌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이하 JIFF)는 매년 더나은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을 재정비하며 다양한 분야의 영화를 상영해왔다. 그 덕분에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역대 최고의 좌석 점유율을 달성했으며 7만여 명의 관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2014 JIFF에서 올해 어떤 새로운 영화들을 상영해 영화제의 활기를 더했는지 알아보자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만나다
5월 1일 JIFF는 <신촌좀비영화(3D)>를 개막작으로 막을 올렸다. 류승완, 한지승, 김태용 감독이 모여 제작한 3D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영화>는 JIFF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냈다. 이 영화는 짧은 세 영화 <유령>, <너를 봤어>, <피크닉>로 이루어져 있다.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른 줄거리로 다룬 영화 세 편을 영화제의 첫번째 작품으로 내세워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주었다.

다양한 영화를 다루려는 시도
폭넓은 영화를 다루려는 노력은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익스팬디드 시네마’에서도 엿볼 수 있다.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는 한국의 독립영화 중에서 신인 감독들의 작품, 기성 감독들의 신작 극영화, 그리고 다양한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이루어져 있다. 작년까지의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는 장르의 구분 없이 한국 영화들을 묶어 상영했다면, 올해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선별해 관객에게 제공하는 형식으로 변했다. 한편 새로 단장한 프로그램인‘ 익스팬디드 시네마’는 건축물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활주로-모더니즘의 도피>, 소년들의 움직임을 쫓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강조한 <가능성들> 등 새로운 형식과 소재를 시도한 영화로 이루어졌다. 관객들은 평소에 주위를 기울이지 않았던 소재를 특별하게 조명하는 영화를 접할 수 있었다.

<스페셜 포커스>, 영화와 감독을 다룬 다큐멘터리
 
JIFF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페셜 포커스’ 프로그램으로 국제영화제의 명성에 걸맞게 한 주제에 대한 깊은 해석을 제공했다. 프로그램은 세 가지 주제를 잡고 각 주제와 연관된 영화들을 함께 묶어 상영해 관객들의 견문을 넓혀주었다. 첫 주제는‘ 출발로써의 다큐멘터리 : 세 거장의 기원’이다. 현시대 가장 신망받고 있는 다르덴 형제, 고레에다 히로카즈, 울리히 자이델 감독은 각자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만들었다. 다르덴 형제는 <투 데이즈 원 나이트>로 2014년도 칸 영화제의 강력한 수상 후보에 올랐으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과 <공기인형>같이 친숙한 작품을 제작했다. 또 울리히 자이델 감독은 <개 같은 날>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들의 초기 다큐멘터리에서는 감독들이 품고 있는 사상 뿐만 아니라 이후 그들이 제작한 대작 영화의 기원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주제‘ 로셀리니 : 네오리얼리즘에서 휴머니즘까지’에서는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을 낱낱이 파헤친다. 로셀레니의 세계관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대표작 <독일 영년>, <스트롬볼리>, <루이 14세의 권력 쟁취> 세 편으로 그를 경험하고, 로셀리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심층적 이해로 나아간다. 로셀리니를 다룬 메타 다큐멘터리 <붉은 재>는 영화평론가이자 감독인 아드리아노 아프라의 작품으로, 5월 6일 진행된 마스터 클래스에서 직접 아드리아노 아프라와 로셀리니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마지막 주제‘ 영화, 감독을 말하다’는 <붉은 재>처럼 감독을 다룬 작품을 통해 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의 세계로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영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다
더욱 가볍고 쉽게 영화를 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꼭지도 마련되었다. 프로그램 중‘ 시네마페스트’는 대중성을 강조한 영화 20편으로 구성되었다. 모든 관람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우정, 성장을 주제로 하지만 영화관에서는 보기 힘든 영화들을 상영해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실뱅 쇼메 감독의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처럼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는 예매가 시작된 지 수 분 안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영화를 많이 접하는 평론가, 감독, 배우와의 만남도 마련되어 더욱 즐거운 영화 축제 속으로 관람객을 이끌었다.‘ 시네마 클래스’에서는 평론가와 함께 영화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며, 한국 영화 제작 과정을 들어볼 수 있는‘ 지프 토크’ 또한 관람객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했다. 

JIFF의 끝은 여느 화려한 영화제의 폐막식과는 달랐다. 마지막 날의 일정을 시상식과 공연으로 마무리하는 대신 수상작 상영으로 채워 영화제는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신념을 지켰다. 상영되었던 작품 중 국제경쟁 부문 3편, 한국경쟁 부문 2편, 한국단편경쟁 부문 3편, 비경쟁 부문에서 1편이 선정되어 5월 7일 시상식을 진행했다. 시상식 이후 8일부터 10일에는 수상한 작품들을 다시 상영하며, JIFF의 목적은 수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영화를 즐기는 축제를 만드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처럼 JIFF는 관람객들의 시선에 맞춰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영화제의 뚜렷한 신념을 축제 전반에 담아내며 열흘간 진행되었던 축제를 성황리에 마무리 지었다. 싱그러운 봄기운이 만연할 때, 문득 특별한 축제와 영화를 함께 즐기고 싶다면 전주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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