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흐르며 음악 감상의 방법은 다양해졌지만,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음악을 사랑하며,‘ 내 생의 음반’이 하나쯤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 구성원들은 어떤 음악을 사랑할까. 다른 인생을 살아왔고, 다른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는 만큼 듣는 음악도 다양할 것이다. 학교 구성원이 사랑하는 음악을 알아보는 첫 번째 순서로 음반 수집이 취미인 것으로 유명한 인문사회과학부 신동원 교수의‘ 내 생의 음반’을 알아보았다. 

 
신 교수는 중학교 때부터 음반을 모으기 시작해 고등학교 때는 어느덧 수집한 음반이 300여 장이 되었고, 현재는 3,000여 장 정도를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음반 마니아’ 신 교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내 생의 음반’으로 <영산회상>을 꼽았다. 신 교수는 학창시절 클래식을 즐겨들었는데, 어느 날 문득 한국인으로서 우리 음악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신 교수는 어떤 음악을 들어볼지 찾아보던 중, 고등학교 3학년 때 세운상가에서 우연히 <영산회상>의 LP판을 구매하게된다. 처음 들었을 때는 노래가 잘 와 닿지 않았는데, 몇 년 후 어느 날 들었을 때 영산회상이 주는 깊이가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과 비슷하다 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시작할 때 우주를 여는 듯한 느린 음과, 마지막의 <군악>의 신명스러움이 베토벤의 <환희의 찬가>에 견준다고 느꼈다. 
 
<영산회상>은 조선 후기 풍류 음악의 대표곡이다. 고악보에 나온 초기의 <영산회상>은 “영산회상불보살”이라는 가사를 가진 불교음악이었다. 이후 세속화되며 오늘의 <상령산>이 되었고 상령산에서 파생된 곡들이 모여 하나의 큰 모음곡인 <영산회상>이 되었다. <상령산>을 처음으로 변주가 시작되어 <중령산>, <세령산>을 거쳐 <군악>에 이르기까지 점점 빨라지는 구조를 가진다. 신 교수는 <영산회상>에서 <상령산>과 <타령>, <군악>을 사람들에게 추천했다. <상령산>은 부처가 영산에서 군중을 모아 설법을 시작하는 장면의 노래인데, 세계 최고의 종교 음악을 묻는다면 <상령산>을 꼽을 것이라며 곡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타령>은 사람들이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노래이고, <군악>은 선조의 씩씩한 기상을 느낄 수 있어서 기회가 되면 들어볼 것을 추천했다.
 
우리는 보통 국악을 교과서에서만 배우는 지루한 음악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서 국악을 즐기는 사람을 주위에서 찾기 힘들다. 이번을 계기로 <영산회상>을 찾아서 들어보자. 신 교수가 <영산회상>의 아름다움을 처음 느꼈을 때처럼, 어릴 때 듣던 국악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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