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막스 폰 라우에가 X선의 파동성을 확립하고 X선을 이용해 분자 구조를 알아내는 X선 결정학을 제안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이를 기념해 지난 1월 30일, X선 결정학을 포함해 X선 회절을 이용한 연구에 관한 특집호를 출판했다. X선 결정학은 분자의 구조를 알아내는 수단으로 다양하게 응용되었으며 이후 물리학, 화학, 생물학 분야에서 X선 결정학을 이용한 많은 연구가 쏟아져 나왔다. 현재까지도 X선 결정학은 분자의 구조를 밝혀내는 강력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결정구조에 대한 이론 등장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보석이나 광물은 분자나 이온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있는 결정이다. 이렇게 특정 입자들이 일정한 구조로 배열한 것이 결정이라는 주장은 1784년 프랑스의 광물학자 르네 쥐스트 아위에 의해 처음 등장했다. 이후 19세기 오귀스트 브라베가 이 이론을 발전시켜 단위 격자를 제안했다. 결정을 형성하고 있는 공간 격자는 어떤 최소 단위가 반복된 형태인데, 이 최소한의 단위를 단위 격자라고 한다. 예를 들어 x 좌표, y 좌표, z 좌표의 모든 정수 좌표에 해당하는 지점에 원자가 있다면 이 구조의 단위 격자는 모든 꼭짓점에 원자가 위치한 정육면체다. 브라베는 이 같은 단위 격자를 14종류로 정리했다. 그러나 결정의 구조를 실제로 분석할 수 있는 측정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브라베의 이론은 검증되지 못한 상태였다.

 

결정구조와 X선의 파동성 동시에 증명

라우에는 X선의 파동성을 증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분자의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X선은 10-8~10-11m의 파장을 갖는 전자기파로, 1895년 독일의 과학자 뢴트겐이 발견했다. 그러나 당시 X선에 대해 알려진 것은 투과성이 좋다는 것이 전부였으며, X선이 파동인지 입자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일부 학자들은 X선을 매우 빠른 입자라고 생각했지만 라우에는 X선이 짧은 파장을 갖는 파동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X선을 이용해 회절실험을 했다. 당시 이미 영의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빛의 회절무늬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었다. 만일 X선이 빛과 같이 파동성을 가지고 있다면 X선을 이용한 회절실험에서도 회절 무늬가 나타나야 했다. 라우에는 그의 조수 프리드리히, 박사 과정 학생 니핑과 함께 이 실험을 진행해 일정하게 반복되는 X선 회절 무늬를 얻었다. 만일 당시 일부 학자들의 의견처럼 X선이 입자였다면 회절 무늬는 나타날 수 없다. 따라서 라우에의 실험은 X선의 파동성을 증명한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라우에 방정식으로 3차원 회절 무늬 분석 가능해

라우에의 실험은 파동의 간섭현상을 응용한 회절격자 실험을 3차원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회절격자 실험에서 빛을 회절격자에 쪼이면 회절격자의 각 구멍에 의해 빛의 산란이 일어난다. 라우에의 실험에서는 3차원 결정 내에 위치한 각 원자가 회절격자의 구멍에 해당하는 역할을 한다. 결정에 X선이 입사하면 3차원적으로 산란이 일어나며 회절격자 실험과 마찬가지로 보강간섭과 상쇄간섭이 일어나는 지점이 있다. 그런데 이때 일어나는 산란은 원자 1개의 영향뿐 아니라 주변 원자들의 영향을 모두 받아 일어난 현상이기 때문에 2차원보다 훨씬 복잡한 무늬를 나타낸다. 라우에는 브래그의 법칙을 기반으로 이 회절 무늬를 분석할 수 있는 라우에 방정식을 고안했다.

 

X선 파장과 원자 간격이 맞아 선명한 회절 무늬 얻어

라우에 연구의 핵심 아이디어는 다른 빛이 아닌 X선을 사용해 회절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다른 빛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회절 무늬가 X선을 사용했을 때 나타난 까닭은 X선의 파장과 관련 있다. X선 파장은 일반적으로 결정 원자들이 배열된 간격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배열 간격보다 긴 파장을 가진 다른 빛보다 X선을 쪼였을 때 고해상도의 회절 무늬를 얻을 수 있다. X선보다 더 파장이 짧은 γ선은 오히려 원자간 거리보다 파장이 너무 짧아 회절 무늬를 얻기에 적합하지 않다.

 

▲ 결정으로 만든 단백질에 X선을 쪼여 얻은 회절 무늬/ 이지오 교수 제공

 

발표되자마자 중요성 인정받아

라우에의 연구는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그는 논문을 발표한 지 2년만에 노벨상을 받았다. 라우에의 X선 결정학은 발표되자마자 바로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기 시작했다. 바로 다음 해에는 라우에의 수학적 기술을 발전시켜 결정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법을 제안한 브래그 부자가 노벨상을 받았다. 브래그 부자 중 아들 윌리엄 로렌스 브래그는 노벨상 강연에서 자신들의 발견을 라우에 교수의 공으로 돌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이를 이용해 다이아몬드, 수정의 구조가 밝혀지며 X선 결정학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었다.

 

DNA, 헤모글로빈 구조 밝혀낸 핵심

라우에가 제안한 X선 결정학은 이후 X선의 회절무늬를 이용해 결정이 아닌 다른 물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방향으로도 확장되었다. X선 회절무늬를 이용한 물질 구조 분석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것이다. DNA는 단결정과 달리 특정 방향으로 일정한 구조를 가진 섬유 형태이기 때문에 그 회절 무늬가 단결정과 다르게 나타난다. 특정 길이와 각도를 가지고 X자 형태로 나오는 이 회절 무늬를 왓슨과 크릭은 뉴클레오타이드로 만든 모델을 고안해 설명해냈다.

X선 결정학이 응용된 또 하나의 예시는 헤모글로빈의 구조를 밝힌 것이다. X선을 분자에 쪼여 얻은 회절무늬를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 등의 방법을 통해 분석하면 분자의 구조를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컴퓨터가 연구에 사용되지 않았던 1940년대까지는 염화나트륨(NaCl)과 같은 간단한 결정 구조밖에 밝혀낼 수 없었다. 그러다 1946년, 최초의 컴퓨터 애니악이 등장하고 이후 컴퓨터가 연구에 활용되면서 복잡한 계산이 가능해졌다. 마침내 1960년 막스 페루츠가 X선 회절을 통해 헤모글로빈의 3차원 분자구조를 밝혀냈다.

 

오늘날까지 단백질에 응용되어

X선 결정학은 오늘날까지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단백질의 경우, 온도와 pH 등의 조건을 적당하게 조절하면 침전시켜 결정으로 만들 수있다. 그런데 단백질은 안정한 구조이므로 결정이 되었을 때와 생체 내에서의 구조와 거의 차이가 없다. 따라서 단백질을 결정화해 그 구조를 분석하면 아직 구조가 밝혀지지 않은 생체 내 많은 분자의 구조를 밝혀낼 수 있다.

한편, 결정화되었을 때와 생체 내에 있을 때 어느 정도 구조적인 차이가 있는 분자들, 혹은 반응에 따라 구조 변화가 있는 분자들의 구조를 분석할 때에도 X선 회절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동역학적인 특징을 분석할 때에는 단백질과 같은 분자를 결정화하지 않고 용액에 희석해 회절무늬를 관찰한다. 이때 용매에 의해서도 산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계산하면 조사하고자 하는 분자만의 구조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의 X선 산란에 대한 정보는 이미 알려져 있다. 이 값을 고려해 물에 단백질을 희석한 용액에 X선을 쪼여 얻은 회절 무늬를 분석하면 단백질만의 구조를 알 수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X선 회절을 이용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우리 학교 화학과 이지오 교수는 “NMR로 분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분자의 경우, X선 결정학이 결정 구조를 알아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있다”라고 말했다. 100년 전 발견되어 지금까지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X선 결정학은 앞으로도 많은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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