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아무 생각 없이 받아마시는 냉수 한 잔. 먼지와 곰팡이로 가득한 정수기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을까? 우리 학교 정수기에서 나오는 식수에 대해 ‘믿고 마실 수 없다'라는 생각을 하는 학우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 학교 정수기의 위생 상태와 관리 실태는 어떤지, 앞으로의 개선사항을 알아보자

정수기를 불신하는 학우들
우리 학교 정수기 상태에 대한 학우들의 논란은 예전부터 있었다. 아름관 택배수령장소에서 종종 눈에 띄는 대량의 생수박스, 우리 학교의 BBS인 웹아라에 올라오는 학우들의 불만섞인 글과 그에 공감하는 댓글들이 단적인 예다. 노윤석 학우(무학과 08)는 “최근에 정수기 식수에서 뭔가 검출되었다는 말을 듣고 생수를 사마시고 있다”라며 정수기 상태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했다. 윤희상 학우(무학과 09)는 “우리 학교는 대부분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식수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데, 청결 상태가 좋은 것 같지 않다. 마시다 몸에 탈이라도 날까 걱정이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기숙사, 정수기 관리 부실해
지난달 교내의 창의학습관, 과학도서관, 기숙사 등 학교 곳곳에 설치된 정수기 34개를 임의로 조사해본 결과 일부 정수기의 관리상태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창의학습관이나 도서관은 정수기의 청결 상태가 비교적 양호했지만, 기숙사 정수기의 상당수는 외관부터 깨끗하지 않았다. 특히 교내 북측의 사랑관이나 소망관 등의 기숙사와 동측의 세종관 정수기는 다른 기숙사들에 비해서 더 관리가 부실했다. 필터가 4개 설치된 일반 가정의 정수기와 달리 아름관, 사랑관 등의 기숙사 정수기는 대부분 필터가 3개만 설치된 상태였다. 필터가 모두 설치되었더라도 필터 주변에 먼지가 쌓이고 이물질이 묻어 있는 경우가 다수였다.

공지된 수질검사 결과, 2년도 더 지났다
수질검사 결과에는 정수기 물이 식수로서 문제가 없다고 표시되어 있었지만, 검사 일자가 이미 2년 가량이 지난 경우도 많아 신뢰하기 어려웠다. 또한, A/S 결과표에는 2개월마다 필터교체 및 점검 등 꾸준한 관리가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었지만, 기본적인 정수기 청소나 소독 내역은 적혀 있지 않았다. 아름관 3층과 세종A관에는 정수기 관리현황과 수질검사결과가 정수기 옆에 붙어있지 않기도 했다.

물받이와 배수구에 물때, 먼지 많아
기숙사 정수기의 물받이와 배수구는 상태가 더욱 심각했다. 많은 정수기의 물받이에 물때가 많이 끼어 있고 부유물이 떠 있었다. 특히 사랑관 33층 정수기는 손가락으로 문질러도 까맣게 묻어나올 정도로 이물질이 많았다. 일부 정수기는 배수구와 연결된 호스와 호스 주변에 곰팡이나 먼지가 가득 쌓여 있기도 했다. 세종A관 2동 1층의 정수기는 배수구가 막혀서 배수가 잘 되지 않았다.
정수기 뒷면의 철망에 먼지가 끼고 때가 묻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세종A관의 경우, 식수가 직접 닿을 수 있는 콕 입구에 때와 곰팡이가 낀 정수기도 있었다.

먼저 중앙정수기에서 정수과정 거쳐
신축기숙사를 제외한 기숙사 정수기를 관리하는 업체인 노벨상사의 권영희 대표는 기숙사 정수기 필터에 대해 “기숙사의 정수 시스템은 중앙정수기에서 세 단계의 필터를 거쳐 정수된 물이 각 기숙사의 정수기로 연결되는 구조이다. 따라서, 개별 정수기는 정수 기능보다는 주로 냉온수기의 역할을 한다”라며 적은 개수의 필터를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계약상 2개의 필터를 장착하고 있었는데 지난번에 정수기 물맛이 논란이 되면서 물맛을 개선하기 위해 필터를 하나 더 설치했었다. 요즘에는 물맛이 괜찮다고 판단해 다시 원래대로 필터 두 개를 장착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식수 수질에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부유물에 관해서는 지난번에 부유물 신고가 접수됐을 때 바로 확인했지만 이상이 없었다며 “만일 이물질이 나온다면 그것은 개별 정수기에 설치된 물맛을 좋게 하는 숯필터로 인한 가루가 조금 나온 것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수질검사, 매년 이루어진다
수질검사 결과표가 2년 가까이 지난 것인데 물을 믿고 마실 수 있느냐는 문의에 기숙사 정수기를 담당하는 오성권 학생복지팀장은 “정부에서 지정한 대전시 수질관리 기관에서 매년 수질검사를 하고 있다. 수질검사 결과가 표시되지 않았거나 기간이 오래된 것이 사실일 경우, 확인해보고 학생들이 알 수 있도록 다시 공지하도록 하겠다"라고 해명했다. 결과를 명시하지 않았을 뿐 수질검사는 매년 꾸준히 이루어졌으므로 식수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수질검사는 신축기숙사 26개와 아름관,세종관, 갈릴레이관 정수기에서 채취하여 이루어지며, 가장 최근의 수질검사는 확인 결과 2009년의 것으로 우리 학교 정수기의 물은 기준치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정수기 외부의 청결 상태 관리도 필요
정수기와 정수기 주변의 위생문제에 대해서 오 학생복지팀장은 “인력 구조상 학교 직원이 아닌 용역업체가 정수기의 위생을 관리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용역업체를 잘 지도하고 감독하는 것인데 만일 실제로 위생상태가 그렇게 불량하다면 정수기를 교체하거나 새로 청소를 지시하도록 하겠다”라며 관리가 부실한 정수기는 학생복지팀에 신고하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벨상사의 권 대표는 “정수기 내부 청소는 지난 7월에도 했고 필요할 때마다 할 예정이다. 정수기 외부 청결 관리는 기숙사를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담당한다”라며 업체에서 정수기 외부의 청결 상태도 관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인건비가 달라지기 때문에 학교 측과 논의해 볼 문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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