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랑>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 - 글의 흔적으로 좇는 작가의 궤적
상태바
<책이랑>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 - 글의 흔적으로 좇는 작가의 궤적
  • 안은진 기자
  • 승인 2014.05.07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가 누구인지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하염없이 ‘그’를 기다린다. 마치 고도를 만나기 위해 살아가는 듯 두 사람은 시간 보내기에 열중한다. 두 인물은 오로지 기다림을 위해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서도 동시에 기다리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 를 기다리며>는 다양한 해석을 낳으며 화제의 소설이 되었다. 사뮈엘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 뿐 아니라 <몰로이>, <첫사랑> 등의 명작을 집필하며 명성을 얻었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많은 사람이 그의 작품과 생애에 관심을 두었다.

현대 저작물 기록 보관소의 부소장과 전시 기획자를 역임하고 있는 나탈리 레제는 사뮈엘 베케트의 일생을 연구해 2007년에 사뮈엘 베케트에 대한 대규모 기획전을 열었다. 그녀는 베케트에 대한 연구와 전시회를 바탕으로 한 권의 책을 집필했다. 우리는 그녀의 책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으로 드러나지 않은 그의 자취를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이 단순히 베케트의 ‘전기’로 남지 않기를 바랐다. 전기라는 이름 안에 베케트의 삶이 갇히게 되거나 그를 닮은 허구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쓰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베케트는 한 사람의 인생은 그가 남긴 모든 종류의 글이 말해준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고 저자는 그의 생각을 존중했다. 따라서 저자는 베케트가 작성한 수첩의 메모, 시, 조이스에 관한 논문 등을 통해 그의 삶의 조각들을 엮어나갔다. 본문에서 작가는 기억과 기록을 바탕으로 베케트와 아내가 생의 마지막에 머물렀던 요양원의 세세한 풍경이나 그의 작품을 탄생시킨 작업실을 표현한다. 더 나아가 그녀는 쉽게 추적하기 어려운 베케트의 면모를 조심스럽게, 책의 이곳저곳에 심어 놓았다. 책을 집필하며 작업실에서 그가 느낀 감정, 제임스 조이스, 토머스 맥그리비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예술가와 교류하던 그의 모습이야말로 그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된다.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 속 실마리들은 모여 그의 윤곽을 이루었다.

책의 말미에, 작가는 베케트의 지인들에게 베케트의 목소리를 물었다. 그 질문에 사람들은 천차만별의 대답을 내놓았다. 그중 상당수는 아예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베케트의 일부였던 그의 목소리는 희미해지고 기억 속에서 잊히겠지만, 그의 글을 담은 ‘말 없는 삶’은 베케트의 일생을 길이 보존해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