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아시아 지역 근현대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더 나아가 소장하고자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M.A.P(MMCA_ASIA PROJECT, 국립현대미술관 아시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M.A.P의 시작을 알리는 전시는 4월부터 3개월간 진행되는 쉬린 네샤트의 회고전이다. 그녀는 이란계 예술가이자 영화감독으로 장편 영화, 영상물, 사진 등의 다양한 형식을 빌려 관람객들이 이란의 현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그녀는 이란의 정치, 역사, 양성평등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그 문제를 균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관객들을 이끈다. 그녀의 작품을 통해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로 향하는 첫 발걸음을 내딛어보도록 하자. 

 

 

강렬한 흑백사진 속 예술세계

그녀의 대표적인 사진 작품으로는 <알라의 여인들>과 <왕서>가 있다. 그녀의 초기작인 <알라의 여인들>은 사진 연작으로, 모든 사진은 다양한 표현 기법으로 상징들을 담고 있다. <알라의 여인들> 중 <무언의 애도> 에는 사진을 가득 채운 여인의 반쪽 얼굴과 얼굴을 둘러싼 히잡 그리고 그 사이의 총이 보인다. 여인의 강렬한 시선은 관람객, 혹은 이란의 제도를 향하고 있다. 쉬린 네샤트는 무력을 상징하는 총을 통해 여성의 나약함과 그 이면의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주며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여인의 얼굴에 쓰인 이란 여성 문학 작가의 시는 관람객들에게 과연 이란 여성의 권위가 존중받고 있는지 묻는다.

 

세 여자의 이야기 : <여자들만의 세상>

작품 <여자들만의 세상>은 독립적인 세 단편 영화 <뮤니스>, <마도흐트>, <자린>으로 구성되어있다. 쉬린 네샤트는 <여자들만의 세상>으로 2009년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받는다. 세 작품의 제목은 각각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이름이다. 이란 소설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여자들만의 세상>은 1950년대에 자유롭지 못하고 억압받는 여성들의 삶을 담았다. 비록 직업은 서로 다르지만, 그들의 다르면서도 공통된 처지와 고민을 드러낸다. <여자들만의 세상>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영상으로 장면들은 함축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단순히 줄거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해석을 담은 장면들은 이란의 사회 문제를 꼬집는다.

 

 

남자와 여자, 동양과 서양 그리고 전통과 현대

쉬린 네샤트는 두 영상을 두 개의 스크린에 동시에 상영하는 작품을 다수 제작했다. 그녀의 작품은 스크린을 나란히 혹은 마주보도록 설치하며 <황홀>, <열정>, <독백>이 대표적이다. <황홀>은 바다로 떠나는 스크린 속의 여성들을 다른 스크린 속의 남성들이 바라보는 형식을 빌려 남성과 여성의 뗄 수 없는 관계를 나타낸다. <열정>은 두 개의 스크린을 나란히 놓고, 데칼코마니처럼 같은 장면을 대칭적으로 투영하는 색다른 기법을 사용했다. <독백>은 어느 작품보다도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뉴욕과 이란의 문화를 모두 겪은 쉬린 네샤트는 두 문화 사이에서 안정된 느낌을 받지 못했다. 뉴욕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고 이란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이란에도 속할 수 없었던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녀는 <독백> 속에 녹여냈다. 더불어 전통적인 문화 양식과 현대적 생활양식 속의 자신을 독특한 영상으로 표현했다.

쉬린 네샤트는 특이하면서 강렬한 매체를 통해 이란의 근현대를 표현했다. 그녀를 포함한 작품 속 인물들은 우리에게 낯선 이란의 이야기로 찾아왔다. 이란의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그녀의 작품을 시작으로 이슬람의 문화를 체험해보는 것이 어 떨까.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글/ 안은진 기자 aej1111@kaist.ac.kr

 

기간 | 4월 1일 ~ 7월 13일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5전시실

시간 | 10:00 ~ 18:00 (화,목,금,일)  10:00 ~ 21:00 (수,토)

요금| 성인4000원 (월요일휴관)

문의 | 02) 2124-8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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