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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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미스테리
  • 박효진 편집장
  • 승인 2014.04.1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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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3대 미스터리가 뭔지 아세요?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 정치, 김정은의 속마음 이래요”
 
봄볕이 유난히도 따가웠던 어느 날, 동료 기자가 세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 하나를 들려줬다. 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 간판 정책인 ‘창조경제’와 그에 맞서는 신당 총재의 슬로건 ‘새 정치’에게 던지는 통렬한 풍자다. 좌중이 순식간에 웃음바다로 변하는 걸 보니, 다른 사람들도 제법 공감하는 것 같다.
 
시간을 거슬러, 2012년 대선 시즌을 떠올려 본다. 당시 공약을 분석하는 시사 방송보다 더 인기 있었던 TV 프로그램은 바로 SNL코리아의 정치풍자극 코너였다. 의혹과 비방, 공약 남발로 얼룩진 선거를 보며 피로해진 대중은 SNL에서 해방구를 찾았다.
 
그로부터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변한 것은 없다. 나날이 영향력이 커지는 SNS상에서 우리 사회와 정치권을 풍자하는 더 신랄하고, 더 공감 가는 콘텐츠가 더 많이 생산된다. 특정 정치인의 사진을 우스꽝스러운 일대기로 엮거나, 성격이 우유부단한 정치인의 말투를 흉내 내며 그의 행적을 비판한다. 생산적인 논의를 찾을 수 없자 답답함을 해소하는 분출구만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저 낄낄거리고 웃을 수만은 없다. 내심 찔리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 실린 기사 중, ‘창조경제’ 혹은‘ 미래창조과학부’라는 키워드가 포함되지 않은 기사는 몇 개나 될까. 1면과 종합면, 시사면은 물론이고 캠퍼스 지면에 실린 강연 기사마저도 창조경제를 노래하고 있다. 통일된 키워드를 제시해 스토리텔링을 하려던 것이 아니다. 이 주일 간 발생한 학내외 소식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뉴스가, 굵직한 것들은 하나같이 창조 경제를 겨냥하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 학교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Startup KAIST가 설치되어 본격적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통신 분야의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나섰으며 ‘공학교육인증’을 재정비해 공과대학 교육을 혁신하고 산학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은 공인인증서를 철폐하겠다고 공표했다. ‘대한민국 3대 미스터리’에 꼽힌 창조경제는 이렇게 슬금슬금 많은 일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래창조과학부의 성적표는 어떨까. 작년 국회에서 통과된 미래부 관련 법안은 0건이다. 미루고 미뤄져 올해 4월 임시 국회에 처리해야 할 안건도 수십 개에 달한다. 대중에게 냉대받으며 정책을 추진하지만 그 마무리는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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