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열린 인하대 김형순 교수의 영어 논문작성법 특별 강의에서 “KAIST의 교수 당 논문 수는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대학원생까지 포함한 논문 수는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고 말하기 창피할 정도이다. 또한, 논문의 피인용 횟수 역시 4.9로 국내 10위권에 겨우 들었다”라고 밝혀 양질의 교육을 자부하는 연구중심 대학인 우리 학교의 체면이 부끄럽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2009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2008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했다. 나는 어떻게 대학평가 순위 1위인 우리 학교의 연구 성과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피인용 횟수 순위가 평가 10위권 이하인 대학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여주는 지, 이번 대학평가의 평가기준 및 실제 우리 학교의 연구 실적 등에 의문을 품었다.
우리 학교는 이번 대학평가에서 400점 만점 중 293점을 얻어 1위를 기록했다. 234점을 얻어 2위를 기록한 서울대와는 총 59점차다. 작년 같은 조사에서 2위인 POSTECH과 겨우 9점 차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성과는 실로 엄청나다고 말할 수 있다. ‘2009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는 전국 4년제 88개 일반대학 대상으로 38개 평가지표를 4개 부문으로 나눠 교육여건 및 재정(100점), 국제화(70점), 교수연구(120점), 평판 및 사회진출도(110점)를 반영해 평가되었다. 이번 대학평가에서 우리 학교가 1위를 할 수 있는 이유 중에는 교육여건 및 재정, 국제화 부문 등의 단기적인 성과가 큰 영향을 끼쳤다. 실제 우리 학교의 작년 기부금 모금 액수는 647억으로 2005년 당시 7억 7000만 원에 비해 약 84배 증가했고, 외국인 학생의 비중도 늘리는 등의 여러 방면에서 발전했다.
하지만, 실제 학과별 연구순위를 다룬 22개 학문 글로벌 평가에서 연세대가 물리학 분야에서 세계 36위를 기록하는 등의 우수한 성과를 거둘 때, 우리 학교는 거론조차 되지 못해 충격을 주었다. 이 분야는 POSTECH 학술정보처의 도움을 받아 2004부터 2008년까지 인문사회, 과학기술 관련 22개 학문 분야의 국제 학술지 1만 824종류 중 피인용 수가 높은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대학 기준으로 논문 당 피인용 수를 비교해 평가되었다. 우리 학교는 22개 학문 글로벌 평가에서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를 종합하면 이번 대학평가에서 엄청난 점수 차이로 국내 1등을 차지한 우리 학교가 역설적으로 실제 연구 실적은 서울대나 연세대 등의 타 대학에 비해 뒤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서울대는 세계 200위권 내의 연구결과가 수학, 지구과학, 분자생물학, 유전학, 환경생태학, 신경과학, 미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와 국내 최고의 연구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종합 순위로는 10위 안에 진입하지 못한 충남대, 전북대, 인하대, 전남대도 재료과학 분야에서 200위권 내에 들어 눈길을 끌었다.
서남표 총장은 취임 이래 우리 학교를 세계 10대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그 목표를 위해서는 내실을 더 다져야 한다. 우리 학교는 국제화와 교육여건 개선 등의 다방면에서는 매우 발전했지만, 연구 성과, 학과별 연구순위, 영향력 등은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연구중심대학이라는 KAIST의 설립취지에 발맞춰 양질의 논문과 연구실적을 꾀할 수 있는 연구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한, 이번에 시행한 대학평가 1위 등과 같은 단편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한발 한발 꿋꿋이 앞으로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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