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우리 학교는 타 학교에 비해 학생 창업이 비교적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위 : 천 원) / 김성중 기자

<편집자 주> ‘창조경제’ 실현 대책을 마련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에 관가가 부쩍 바빠졌다. 연일 부처마다 ‘창조경제 시책’들이 쏟아낸다. 한동안 익숙했던 ‘녹색성장’이란 수식어는 어느새 ‘창조경제’로 대체된 지 오래다. 이 창조경제 한복판에는 창조성의 사업화, 창업이라는 화두가 놓여 있다.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물려 한창 불이 붙고 있는 창업 열풍에 대해 다루어 보았다

"창조경제를 통해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만들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6일 신년구상을 발표하며 창조경제 실현에 대한 본인의 의지를 다시 한 번 강력히 피력했다. 대선 캠프 시절부터 함께해온 창조경제 구호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그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냐’를 둘러싸고 지금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구현의 과제로 창업·벤처 생태계 구축이 주목받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가 지난 2월 25일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보면 정부는 2017년까지 4년간 4조 328억 원을 이용해 선도기업을 육성하고 창업자 발굴 및 재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중소기업청과 특허청, 미래부 산하 기관들뿐만 아니라 범부처적으로 창업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다. 창조경제타운(www.crea tivekorea.or.kr)에 소개된 지원사업만 2014년 4월 5일 기준으로 공공기관 337개, 민간 69개 등 총 406개를 기록하고 있다.

창업 열풍이 부는 까닭은

그렇다면, 왜 벤처 창업이 국가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 대다수 학자들은 대기업 중심의 기존 산업 구조가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청년실업 문제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성장 동력으로 기능할 새로운 산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 미래전략대학원 이광형 원장은 “노령 인구 증가로 부양인구는 늘어가는데 새로운 성장 엔진은 보이지 않는다”라며 “대기업 중심의 한국 산업은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 못하고 있다”라고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창업이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한국의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1차 벤처 붐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에 창업 열풍이 부는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90년대 말에 1차 벤처 창업 붐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하지만 15년 전 벤처 붐과 현재의 창업열풍은 사뭇 다르다. 1차 벤처 붐이 PC와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촉발되었다면, 오늘날의 창업 열풍은 신생 모바일 시장을 기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 통계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의 2013년 1분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73%에 육박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이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기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로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시장이 성장한 셈이다.

창업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에서도 차이가 있다. 1차 벤처 붐은 민간에서 열풍을 이끌어나갔다. 1996년 최초 개장한 코스닥 주식거래 시장과 이듬해 제정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이 그 예다. 반면, 작금의 창업 열풍은 정부가 나서서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벤처 업계는 정부의 지원을 반기면서도 지원이 곧 규제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지원이 규제가 되어서는 안 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청년창업가가 말하는 대학창업의 애로사항’ 보고서에서는 현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의 문제점으로 ▲기관별 상이한 구비서류와 신청절차 ▲복잡한 정산방법 ▲획일적 지원내용 등이 지적했다. 수백 개에 달하는 창업 관련 지원제도가 구비되어 있지만, 창업자를 위한 행정편의는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다는 평가다.

한 청년 창업가는 “지원 서류 준비 및 정산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정작 사업 아이템 개발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정도다”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우리 학교 기술경영학과 이민화 초빙교수는 “(정부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동의한다”라면서도 “지원이 정부의 통제로 이어진다면 지원을 줄이고 대신 규제를 풀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창업의 시대, 대학의 역할

창업의 중요성이 부각됨과 동시에 대학이 창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학은 구성원들에게 창업을 장려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인용되고 벤치마킹 되는 사례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다. 2012년 10월 발표된 Stan ford University Survey Report에서는 스탠포드 출신 창업기업의 매출 효과가 2조 7천억 불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GDP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 원장은 “창업도 대학의 중요한 이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창업이 교육과 연구에 이어 대학의 중심이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학교는 국내 대학에 비교하면 학생 창업이 활성화된 학교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비추어 볼 때는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교수는 “그간 학교 정책이 창업에 적극적이지 않아 2005년 이후 KAIST 출신 창업 기업의 씨가 말랐다”라며 “학교에도 혁신이 필요할 때다”라고 조언했다.

우리 학교는 올해부터 기업가정신진흥원이 발족하고 Startup KAIST 프로그램이 본격 시행되는 등 학내 창업문화 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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