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팀]담체에 미세한 구멍 만들어 금속 입자 넣은 촉매의 스필오버 현상 이용하면 프로페인의 탄소간 결합이 깨지는 반응 억제 가능
우리 학교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팀이 학계에서 논란이 되었던 스필오버 현상을 최초로 정확히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월 25일 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석유화학 공정, 수소화 촉매 역할이 중요해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경유, 플라스틱 등의 물질은 모두 석유로부터 나온 탄화수소를 가공한 것이다. 이때 불포화 탄화수소를 유용한 포화 탄화수소로 만들거나 포화 탄화수소를 불포화 탄화수소로 만들어 고분자의 단위체로 사용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석유화학 공정에서는 탄화수소의 수소화·탈수소화 반응을 촉진하는 수소화 촉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던 스필오버 현상 수소화 촉매로 사용되는 백금, 팔라듐 등의 금속은 표면적을 넓혀 반응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작은 입자로 가공된다. 기공, 요철 등이 있는 담체(supporting material) 위에 금속을 뿌리면 금속이 담체 위에서 넓게 퍼지며 작은 입자로 쪼개진다. 이 금속 촉매 입자 표면에서 수소 분자가 분해되면서 생긴 수소 라디칼과 유기물이 만나 수소화 반응을 한다. 여태까지는 수소화·탈수소화 반응이 금속 표면에서만 일어난다고 받아들여졌으나, 수소 라디칼이 담체를 따라 이동해 담체 표면에서도 수소화 반응이 일어나는 현상이 종종 관찰되었다. 이 현상을 스필오버 현상이라 부른다. 그러나 스필오버 현상은 어떤 담체에서는 일어나고 다른 담체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등 스필오버 현상 자체가 정말로 존재하는 현상인지 학계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다.
금속 표면에서의 수소화 반응 막아 관찰
스필오버 현상을 규명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스필오버 현상으로 수소화된 유기물과 금속 표면에서 수소화된 유기물을 구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 교수팀은 금속을 담체 안에 가둔 형태의 촉매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작은 기공을 가지고 있는 담체를 만들고 그 구멍 안에 금속을 넣는다. 금속이 들어있는 구멍의 크기는 아주 작아서 크기가 작은 수소 분자는 구멍 안으로 들어가 금속 표면에서 라디칼로 분해될 수 있지만 유기물은 담체 구멍 속 금속 표면에서 직접 반응에 참여할 수 없다. 만일 스필오버 현상이 존재하다면, 수소 라디칼이 담체를 타고 흘러나와 담체의 외부 표면에서 반응에 참여하기 때문에 유기물의 수소화가 관찰될 것이다. 최 교수팀이 실험한 결과 담체의 외부 표면에서 유기물의 수소화 반응이 관찰되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순수하게 스필오버 현상에 의한 유기물의 수소화만을 확인할 수 있다.
담체에 -OH기가 있어야만 관찰되어
최 교수팀은 스필오버 현상이 어떤 경우에 관찰되는지도 밝혀냈다. 스필오버 현상은 실리카 알루미나와 같이 하이드록시기(-OH)가 있는 담체에서만 관찰된다. 실리카 알루미나는 알루미늄과 규소가 산소에 의해 반복적으로 이어진 구조인데, 수소 라디칼은 이 산소 원자와 연속적으로 반응하며 옆으로 옮겨간다. 따라서 금속 표면에서 만들어진 수소 라디칼은 하이드록시기가 있는 담체 표면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기존에 학계에서는 스필오버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던 연구 결과도 있었는데, 이는 하이드록시기가 없는 담체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필오버 현상을 이용한 촉매, 선택성 월등히 높아
최 교수팀이 새로 개발한 수소화촉매는 기존 촉매와 활성도가 비슷하면서도 반응의 선택성은 훨씬 좋다. 프로페인 탈수소화 반응의 경우, 탄소 간 결합이 끊어지는 반응과 포화 탄화수소가 불포화 탄화수소로 바뀌는 반응이 경쟁적으로 일어난다. 석유화학 공정에서는 탄소 사슬의 길이가 긴 물질일수록 응용 가능성이 높으므로 탄소 간 결합이 끊어지는 반응은 억제되어야 한다. 최 교수팀이 개발한 수소화 촉매를 이용하면 이 반응은 억제되고 프로필렌만 생성된다.
이번 연구는 SK이노베이션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최 교수는 “오랫동안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던 스필오버 현상의 직접적인 증거를 최초로 찾아낸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