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각지에서 이용되고 있는 암호 체계의 핵심은 암호화 열쇠와 복호화 열쇠가 다르다는 것이다.이때, 암호화 열쇠에서 복호화 열쇠를 알아내는 것은 몹시 어려워야 한다. 해커가 암호화 열쇠를 알아도 여기서 복호화 열쇠를 알아내기 어렵게 해 정보의 유출을 막는 것이다.

현재는 이를 위해 컴퓨터로 푸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인수분해 문제, 대수 문제를 주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두 소수 109와 139를 곱하면 15,151이 나온다는 것은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15,151이 두 소수 109, 139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밝히려면 많은 소수로 직접 15,151을 나누어봐야 한다. 숫자가 커지면 시간은 더 오래 걸리며, 현재 암호 체계에서는 적어도 10^100이 넘는 크기의 소수가 인수로 사용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가 등장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에 기반을 둔 컴퓨터로 일반컴퓨터와 작동 방식이 다르고 속도도 월등히 빠르다. 1994년, 수학자피터 쇼어(Peter Shor)는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새로운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쇼어는 양자푸리에 변환을 이용해 소인수 분해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했다. 양자컴퓨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이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현재 세계 전반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든 보안을 손쉽게 뚫을 수 있다. 은행의 전산망, 국가 기록 보관소 등세계의 모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은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암호체계의 붕괴를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때를 대비해 새로운 암호체계를 만들어 놓을 필요는 있다. 이러한 암호체계를 후양자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라고 한다. 양자컴퓨터가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문제들은 정수를 기반으로 한 문제다. 따라서 현재는 정수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해시 인버젼(hash inversion), 다항식 인버젼(polynomial inversion)등 다양한 문제들이 후양자암호체계의 후보로 꼽히고 있다.

후양자암호체계의 기초적인 연구는 완료되어 양자컴퓨터로 해독할수 없는 암호를 당장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은 실용성이 없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암호체계는 2KB 수준의 열쇠파일이 있으면 충분히 작동한다. 하지만 후양자암호는 현재 열쇠의 크기가 수 기가바이트에 달해 일상적인 사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암호화 열쇠를 만들고 전달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충분히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후양자암호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우리 학교 등 세계 각지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