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영화 속으로 이끄는 안내인, 심현정 음악감독을 만나다
상태바
관객을 영화 속으로 이끄는 안내인, 심현정 음악감독을 만나다
  • 안은진 기자
  • 승인 2014.04.07 2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드보이>, <아저씨>, <피끓는 청춘> 등 내노라하는 영화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눈물> 시리즈는 심현정 음악감독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심 감독의 음악은 여러 영상물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음악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 심현정 음악감독을 만나 그녀의 작업과 영화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화음악감독과 영화음악의 역할은

영화감독이 자신의 의도를 바탕으로 영화라는 큰 그림을 만들어 놓았을 때, 영화음악은 그 그림과 관객을 연결해준다. 따라서 영화음악감독은 영화음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전 달해야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영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관객들은 영화를 볼 때 무의식적으로 대사보다 음악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음악은 교육받지 않아도 몸이 반응하는 기본적인 언어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영화 음악을 하게 되었는지

연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여러 학교에 지원했으나, 영화학교가 있는 뉴욕대에만 합격했다. 뉴욕대에서 작곡과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영화음악 수업을 들어보 니 이쪽 분야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대에서 쌓은 인맥을 통해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학위를 따고 한국에 돌아왔을 당시에는 클래식을 전공하고 외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저곳에 데모 CD를 주며 일거리를 구해보려 했으나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사회는 갓 졸업한 사람에게 실력과 겸손한 성품을 원하지만 나에겐 헝그리 정신이 부족했던 것이다. 자세를 낮추고 뉴욕대에서 인연이 생겼던 조성우 감독의 스튜디오에 찾아가서 맡길 일이 없느냐고 물어보며 CD를 포장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겸손한 마음가짐을 가지니 사람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H>라는 영화를 같이 작업해보자 해서 첫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조영욱 감독과 함께 작업했던 다른 작품이 먼저 개봉했지만, <H>가 작곡한 곡의 수도 더 많고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다.

 

가장 인상적으로 작업했던 작품이 있다면

자연에 관해 이야기하는 눈물시리즈(아마존의 눈물, 북극의 눈물, 남극의 눈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쉽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무궁무진한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고, 위험에 처한 동물을 보여주며 안타까운 정서를 담는 것도 좋았다. 곰 세마리가 지나가는 장면만 본다면 곰이 불쌍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눈물시리즈의 의도는 멸종위기에 처한 곰을 조명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보다 애절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했고 음악으로 그런 정서를 강조했다. 평소 내 음악이 우울하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아무래도 밝은 감정보다는 안타까운 정서가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부합하는 작품을 만날 때 더 즐겁게 작업하게 되고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 것 같다.

 

영화음악을 작업하는 과정을 들려달라

TV로 방영된 눈물시리즈는 실제 연주를 녹음하지 않고 컴퓨터 프로그램인 미디(MIDI)로 작업했다.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약간의 작업으로도 악기와 유사한 소리를 만들 수 있다. TV의 스피커 음질로는 프로그램으로 만든 음악과 실제 악기 소리를 구분하기 힘들다. 하지만 극장판용 음악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녹음했다. 녹음은 체코에서 진행되었다. 녹음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연주하는 각 악기의 악보를 마련해야 한다. 미디로 작업한 곡을 바탕으로 악기별로 악보를 만든 후 지휘자에게 지휘를 의뢰했다. 녹음을 위한 녹음기사도 섭외했다. 내가 음악가이기 때문에 연주자의 손길이 닿은 소리가 진짜 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회가 닿는대로 실제로 녹음해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시간과 돈이 부족해 녹음하지 못한 곡들은 아쉬움이 남는다.

 

본인의 영화음악 제작 스타일은

작업 제의가 들어올 때, 시나리오만 준 뒤 음악 작업을 시작해 달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만 나왔을 때와 장면이 나왔을 때 작업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 내 경우에는 시각적인 자극을 통해 영감을 많이 받는다. 시나리오 상에서 설정된 인물과 실제 연기자로 캐스팅된 인물의 느낌이 상이한 경우가 종종 있다. 즉, 시나리오를 보고 상상한 인물의 모습을 바탕으로 음악을 제작하는 것과 배우가 캐스팅 된 후 제작하는 것은 크게 다를 수 있다. 내게 있어 영화 <아저씨>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저씨>의 주인공 역할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 느낌의 배우가 맡을 예정이었지만, 마지막에 원빈 씨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작업 방향을 크게 수정했다. 이런 경우 작품의 느낌이 시나리오 단계와 전혀 다르므로 음악 작업도 달라진다.

 

음악 작업을 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영화의 캐릭터는 심층적으로 묘사해야 관객들이 내용을 확실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부분이 아닌 가려진 부분에 대해 제작진과 의견교환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어떤 배경을 가진 인물인지, 지금 일어나는 상황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다. 그래야만 관객들이 장면을 더 쉽게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의뢰받은 영화 중 작품을 선별해 작업하는지

작품은 의뢰가 들어오는 대로 가리지 않고 만든다. 일년에 한 편 정도 꾸준히 작업하지만, 골라서 할 만큼 많이 들어오지는 않는다(웃음). 너무 많은 작업을 하다보면 완성도에 아쉬움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가 내겐 적당하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감독들이 자신의 작품의 분위기와 내 음악 스타일을 고려해 작업을 제의하는 것 같다.

 

국내외 영화음악가와 교류가 있는지

당연히 평소 영화음악가들의 작품을 관심있게 듣는다. 할리우드 작곡가들의 영화음악을 듣고 그들의 작업 방식에 대해 생각해본다. 동료지간인 한국 작곡가들의 경우 서로의 새 작품을 듣고 그 작곡가의 평소 성향과 비교해본다. 또 가끔은 주변 작곡가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녹음 장소, 가격, 방법이나 음악가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영화음악가로서 겪는 어려움

경제적, 시간적인 부분에서 한계점은 있다. 가장 큰 영화 산업인 할리우드는 대체적으로 전문화와 분업화가 정확히 이루어져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환경은 많은 점에서 아쉽다. 한국의 영화 제작 환경에서 가장 사람들의 이해가 부족한 분야가 음악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인건비나 제작비의 규모가 작아서 혼자 작업을 다 해야 하고, 녹음을 위한 자금과 시간도 부족하다. 오케스트라 곡을 썼어도 녹음을 잘 못하는 경우엔 매우 아쉽다. 그런데 사람들은 많은 악기의 소리로 음악을 만들려면 시간과 노력, 돈이 필요하다는 걸 모르고 뚝딱 하면 나오는 줄 안다. 한 곡의 음악을만들려면 어떤 공정이 들며 녹음비는 얼마나 나오는지, 편곡은 어떻게 하는지 영화제작자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대학생은 특권을 가진 시절이다. 자유가 무엇인지, 나를 구속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학시절에만 누릴 수 있고 경험할 수있고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 점을 깨닫지 못하고 토익이나 스펙을 위한 공부에만 매진하는 것이 안타깝다. 대학 시절 동안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C 안은진 기자

정리/ 안은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