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족과 얼마나 속내를 털어놓고 살까? 우리는 가족의 속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지만 비밀을 터놓지 않으며 서로를 잘 모른채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기가 무섭게 복잡한 갈등을 겪는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고품격 막장 드라마’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을 만나러 떠나보자.

이야기는 바이올렛의 남편 비벌리의 자살로 시작된다. 아버지의 자살 소식을 들은 세 딸과 바이올렛의 여동생 마티는 장례식을 위해 각지에서 모인다. 우리들도 가족과 함께 지내다보면 갈등을 겪곤 하듯, 바이올렛의 가족도 바바라가 바이올렛의 약물 복용을 저지하는 상투적인 다툼으로 갈등이 시작된다. 하지만 갈등이 심화되면서 숨기고 살았던 가족 구성원의 비밀이 드러난다. 가족들 하나하나가 아픔을 감추고 있으며, 정상이 아니다. 첫째 딸 바바라는 바람난 남편과 별거 중인데다가 대마초 중독인 딸 진과 함께 살고있다. 둘째 딸 아이비는 마티의 아들이자 자신의 사촌인 리틀 찰리와 사랑에 빠졌으며 사촌인 줄 알았던 리틀 찰리는 자신의 아버지와 이모 마티 사이에서 나온 이복 남매인 것으로 밝혀진다. 셋째 딸 카렌은 4번째 결혼식을 앞둔 애인과 약혼을 한 상태 지만 그녀의 애인은 카렌의 조카인 진을 희롱한다.

가족들은 이런 자신의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바이올렛은 가족들의 비밀들을 하나씩 들춰내며 딸에게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어댄다. 모녀간 뿐만 아니라 자매간에도 서로 숨겨두었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갈등은 고조된다. 심지어 둘째 딸 아이비는“가족은 세포만 공유했을 뿐 남들과 다를 것이 뭐가 있느냐”라며 가족에 대한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린다. 긴 저녁 식사 속에서 가족 들은 화목하지 못하다. 가족들이 식사하는 어두운 방은 가족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고 단절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따뜻한 대화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고 처음보는 사람처럼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른다.

가족들이 모두 떠나가고 갈등을 풀지 못한 채 홀로 남겨진 바이올렛의 마지막 장면은 마치 핵가족화되어 부모 형제를 남처럼 여기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우리들은 너무나도 꼬여버린 가족관계 때문에 갈등을 겪고 이들을 ‘막장’이라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장’이라는 요소는 가족들이 서로 속내를 감추고 단절되어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우리도 바이올렛 가족과 다를 바 없이 단절된 가족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대학교에 와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성인이 되어 부모님으로부터 점차 독립해가고 있는 당신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한 번쯤 가족들과 속내를 털어놓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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