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랑> 호박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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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호박 목걸이
  • 김하정 기자
  • 승인 2014.04.0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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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설레기도 하지만 두려운 도전이다. 전근대적인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동양의 작은 나라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초 한국에 ‘딜쿠샤’라는 집을 짓고 살았던 메리 린리 테일러라는 여성이 있다.  그녀는 한국에서의 기억을 회고록으로 남겼다. 과거의 이야기를 목걸이처럼 꿰어놓은 그녀의 책,  <호박 목걸이>을 만나보자.

메리는 영국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걱정 없는 유년생활을 보냈다. 호기심이 많았던 그녀는 장식품 구경을 즐겼다. 메리가 가장 좋아했던 장식품은 호박을 엮은 목걸이였다. 모험을 즐겼던 그녀는 연극배우가 되고, 동양 순회공연을 떠나며 이별 선물로 호박 목걸이를 받는다. 메리는 동양  순회공연 도중 일본에서 운명의 상대 브루스를 만나고, 둘은 인도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메리는 한국에서 금광 사업을 하던 브루스와 함께 한국에 정착하고,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호박 목걸이에 엮인 호박 한 알 한 알에 담았다.

전혀 새로운 곳, 한국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기도 하고, 외국인을 탐탁치 않아했던 일본과의 마찰도 있었다. 한국인 하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느낀 문화적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그러나 메리는 차이를 받아들였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한국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메리는 여름마다 여행을 떠났다. 아름다운 자연을 알면 알수록 한국에 대한 사랑은 깊어졌다. 여행지를 생생하게 표현한 글귀에는 한국의 자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한국에 온 친구에게 금강산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메리의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행복했던 한국 생활은 태평양 전쟁의 발발과 함께 끝난다. 일제의 눈엣가시였던 그들은 한국에서 추방당하고 1948년 브루스의 유언에 따라 유골을 묻기 위해 한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한다.

호박 목걸이 한 알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 한국인의 이야기와는 다르다. 메리는 생활고도, 일제의 억압도 심하게 겪지 않았다. 그래서 메리의 이야기는 신선하다. 외국인의 시선은 역사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과거의 삶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재미있는 서사 구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삽화도 서툴지만 솔직한 그녀의 이야기에는 온기가 담겨있다. 그녀의 회고록으로 우리의 과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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