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있다. KAIST 학우들로 이루어진 작은‘ 사회’를 들여다보면, 나름의 의사결정 기구를 갖추고 있다. KAIST 학생사회는 학부총학생회 중앙집행국과 총학 산하 기구인 학생복지위원회, 행사준비위원회 등의 집행기구와 중앙운영위원회, 전체학생대표자회의 등의 의결기구로 이루어져 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국정 운영에 필요한 예결산을 심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결기구를 통해 집행기구들이 사용할 예결산 승인이 이루어진다. 회계 외에도 학우들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에 결정이 내려진다.

이러한 의결기구 중 실질적 위상이 가장 높은 것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이다. 학생 회칙상 최상위에 위치하는 의결기구는 전체학생총회이지만, 성립 요건이 까다로워 상시적인 일을 처리할 때는 동원할 수 없다. 전체학생총회가 탄생한 이후 성립된 적이 단 한번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학대회는 사실상 학생 사회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응당 대의성을 확보한‘ 대표자’들이 모여 KAIST 학생들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전학대회 구성원을 살펴보면 총학생회장단, 동아리연합회 회장단, 반대표자협의회 의장단, 과학생회장단과 더불어 상설위원회 위원장단이 포함되어 있다. 총학생회장단은 전체 학우들의, 과학생회장단은 각 과 학우들의 선거를 거쳐 선출된다. 동아리연합회 회장단의 경우 각 동아리가 정한 대표자들이 모여 투표로 선출하므로 간접선거로나마 대의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선거를 통해 선출됨과 동시에 각 집단의 구성원들로부터 학생사회와 관련된 사안에서 결정권을 위임받았다. 그러나 상설위원회 위원장단이 의결권을 가지는 것은 의문이 남는다.

상설위원회는 학부총학생회 중앙집행국의 사업 중 매년 반복되고 많은 인력을 요구하는 부분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대표성을 위임해줄 학우 집단이 없기에, 위원장단의 위상은‘ 대표자’ 보다는 ‘실무 총책임자’에 가깝다. 그런데 전학대회에서 상설위원회가 행사할 수 있는 표는 학생복지위원회, 행사준비위원회, 학생문화공간위원회를 합치면 6개에 달한다. 건설및환경공학과와 같은 소규모 학과가 행사할 수 있는 표는 단 하나뿐인 점을 고려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상설위원회가 전학대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관례처럼 지속 되어왔다. 전학대회는 2010년 이전까지 과학생회 비례 대표 제도가 없었을 정도로 대의성이 정비되어 있지 않았다. 감사위원회까지 없었으니 회계 검토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예·결산안 심의에 숙련된 상설위원회 위원장단이 전학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어쩌면 환영받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전학대회는 대의성을 갖춘 각계의 대표자들이 모여 학우들의 뜻을 대변하는 자리다. 전학대회 대의원 자격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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