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문학상 수상 후 한겨레 사이언스온에 소설 연재하는 김창대 학우

많은 사람이 과학도는 문학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 고정관념을 깨주겠다는 듯이 소설을 즐겨 쓰는 전산학도가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글 쓰는 김창대’ 운영, 제18·19대 카이스트문학상 가작 수상, 한겨레 사이언스온 소설 연재 등 다양한 소설을 쓰고 있는 김창대 학우(전산학과 박사과정)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글을 읽고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좋아 소설을 쓰고 있다는 김창대 학우를 만나보았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자주 쓴다
평소에 연구를 하거나, 심지어는 길을 걷다가도 ‘이것을 왜 하는 것인가?’, ‘나는 왜 이럴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져보곤 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똑같은 생각을 하지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과 저와의 공통점을 찾아 공감하고 동정하는 데서 제 글은 시작됩니다.

예를 들면 ‘나의 하루’라는 작품은 쉴 새없이 움직이는 바쁜 사람들을 보며 “저런삶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한 것부터 시작되었어요. 그들에게 “그렇게 사는 것이 정말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묻고, 동정을 표하는 글이지요.


‘과학 논문 작성 과정에 대한 고찰’이 큰 관심을 받았다
사실 논문을 쓰기 싫어서‘ 과학 논문 작성 과정에 대한 고찰’을 쓰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뭐하고 있는 것인가?’, ‘논문 쓰는 것이 정말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이 생각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 소설로 썼어요. 역설적이게도 글은 논문처럼 구성했어요. 이 글을 쓰기 전에 인터넷에서 논문 형식으로 쓴 청첩장과 설명문을 보았는데 참 재미있더라고요. 그 글들을 보고 제 소설도 논문처럼 서론, 관련 연구, 본론, 실험, 결론으로 구성하면 재미도 있고 서사성까지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드디어 정식 연재까지 이르렀는데
글이 제19대 카이스트문학상에서 가작을 수상하고 SNS를 통해 퍼져 나갔어요. 그걸 보고 한겨례 사이언스온 기자 한 분이 저의 글을 실어도 되느냐고 요청했습니다. 그 뒤, 한겨레에 연재할만한 소설이 있냐고 다시 한 번 요청이 들어왔어요. 마침 같은 제목의 장편 소설을 쓸 생각이어서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라고 제목을 바꾸어 소설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야의 글을 쓸 생각은 없는지
아직 다른 장르를 쓸 자신은 없습니다. 시는 짧은 길이 안에 정말 대단한 생각과 새로운 시각이 담겨있어야 하지요. 보편성을 가짐과 동시에 운율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하는 시를 쓰기에는 제가 너무 바쁘고, 제 마음의 여유도 부족해요.

수필은 솔직한 글입니다. 하지만 저는 차마 솔직해지지 못하겠어요. 있는 그대로 쓰면 재미가 덜하기도 하고 저를 100% 드러내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지요.

소설은 거짓을 담을 수 있는 글입니다. 그래서 저는 재미있는 소설 속에 숨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던지곤 합니다. 바로 이런 재미가 소설을 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영감을 얻기 위해 글을 많이 읽는지?
저는 그렇게 책을 많이 읽지는 않습니다. 1주일에 책 2권씩 읽자고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로는 1권 정도 읽거든요.

예전에 교회를 다닐 때에는 기독교 서적을 주로 읽었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소설을 주로 읽기 시작했지요.

저는 소설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인터넷에 올라온 글 등 다양한 종류의 글에서 영감을 얻곤 해요.


작품에 담긴 의도가 있다면
작품마다 말하고자 하는 대상과 의도가 다릅니다. 이번에 쓰고 있는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를 통해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려는 사람에게 박사과정의 실체를 말해주고 싶었어요. 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자 하는 것인지 한 번 더 고민해줬으면 하는 바람인 거죠. 반대로 박사과정 학생에게는 ‘당신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모두의 고민이니 서로 다독이며 함께 나아가자’라는 의미를 담았지요.

‘과학논문 작성 과정에 대한 고찰’에서는 논문 작성에 매달리거나 매몰되는 것에서 탈피해 의미를 곱씹어 보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작가’를 고민해본 적이 있는지
교수가 되어서 테뉴어를 받지 않는 이상 모든 직업은 정년 퇴직을 하게 되어있지요. 결국 모든 사람들은노후를 대비해야 해요. 퇴직 이후 치킨집을 차리는 대신에 작가를 해 볼 생각은 있습니다. 훌륭한 연구자가 되지 못할 바에는 훌륭한 작가가 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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