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의 뉴욕이 만나는 지점

이탈리아의 피렌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작품 <냉정과 열정사이>의 두 연인이 10년 만에 재회하는 장소로 모습을 바꾼다. 대개 우리가 이야기하는 유명한 관광지는 큰 사건이 머물렀던 공간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기에 사람들은 그 장소를 방문해 과거에 그 곳에 있었던 사람들과 간접적으로 소통하려 한다. 우리가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기는 행위와도 맞닿는 점이다. <샬롯의 거미줄>의 저자 E. B 화이트는 세계의 도시 중에서 가장 많은 사건이 일어났었던 뉴욕을 기억하며 짧은 에세이를 남겼다. 그 어떤 사진과 영상보다도 생생히 과거의 뉴욕을 담은 <여기, 뉴욕> 은 마치 지금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1940년대로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에세이의 서두에는 사람 사이의 거리, 18인치가 언급된다. 짧은 일화에 등장한 18인치는 뉴욕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함축적인 구절이다. 점심을 먹던 저자의 바로 18인치 옆에는 프레드 스톤(1900년대의 <오즈의 마법사>에 출연한 배우)이 앉아있었다. 그가 나간 후 웨이터는 저자와 18인치 떨어진 거리에 서서 프레드 스톤을 직접 본 소감을 이야기한다. 18인치의 거리에서 유명인을 일반인처럼 마주할 수도 있으나, 그저 외면하고 지나치는 순간 그 간격은 먼 거리가 될수도 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이 모여있기에 매일같이 크고 작은 일이 벌어지지만 개개인은 18인치 떨어진 거리에서 뉴욕을 마주한다. 원한다면 사건의 주인공이 될 수도, 멀리 떨어진 구경꾼으로 지켜볼 수도 있다. 이처럼 뉴욕은 사람들에게 독립감과 소속감을 동시에 준다.

뉴욕은 첨단 기기가 전혀 없던 과거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면모를 보여주고있다. 뉴욕을 빗댈 수 있는 단어는 무궁무진하기에,  <여기, 뉴욕> 은 과거 속 뉴욕이 가지고 있던 특성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한편, 흘러간 시간은 과거와는 다른 뉴욕의 이면을 만들어냈다. <여기, 뉴욕>을 통해, 우리는 뉴욕을 묘사하는 자신만의 단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