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나래관 개관, 대전무형문화재 홍보의 불씨가 되다

건물의 가장자리엔 옹기를 품고, 머리엔 기와지붕을 얹은 듯한 구조의 전통나래관이 지난 2월 14일 동구 소제동에 개관했다. 우리나라의 전통양식을 빌려 지은 전통나래관은 대전무형문화재의 전수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 대전시는 지난 2009년부터 대전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을 운영하며 무형문화재 보급에 힘써왔다. 무형문화재란 연극, 음악, 무용, 음식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적, 예술적 또는 학술적으로 가치가 큰 것을 가리킨다. 문화재청장과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가치가 인정된 무형문화재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 중 보존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시,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된다.

무형문화재는 음식, 공예 등 제조 중심의 기능분야와 웃다리 농악, 판소리 등 공연 중심의 예능 분야로 나누어진다. 전통나래관이 개관하기 전까지는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두 분야의 활동이 이루어졌었다. 하지만 전수회관에는 기능 분야의 무형문화재 수업을 위한 공간이 부족했다. 조리, 제작 등의 수업이 이루어져야 하는 강의실에 책상과 의자만이 있었기에 능동적인 수업이 힘들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시설이 필요해졌고, 이번에 전통나래관으로 기능 분야 무형문화재를 옮겼다. 전통 나래관에는 기능 보유자들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상설전시실, 시민들의 작품이 발표될 기획 전시실, 전수활동이 이루어질 교육실이 마련되었다.

전통나래관의 개관을 계기로 대전문화재단은 무형문화재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편에 더욱 힘쓰고 있다. 전통나래관의 프로그램은 아직 많지 않지만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는 작년까지 찾아가는 무형문화재, 토요상설무대, 무형문화재전수학교, 해설이 있는 무형문화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올해는 무형문화재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퓨전국악 프로그램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가지정문화재와 대전무형문화재가 함께 협연하는 무대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처럼 일반인에게 무형문화재를 알리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 다. 무형문화재 전수학교와 토요상설무대를 직접 체험하고 우리 무형문화재의 참멋을 느껴보고자 했다.

 

무형문화재전수학교- 판소리와 한층 가까워지다

3월 14일 오전,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발걸음이 분주했다. 오늘부터 4개월간 진행되는 판소리 수업을 듣기 위해서이다. 수업을 맡은 제 22호 무형문화재 고향임 선생은 걸걸한 목소리와 그에 어우러지는 털털한 성격, 넉살 좋은 입담으로 능숙하게 판소리를 가르친다. 고향임 선생은 가장 최근에 대전무형문화재로 선정되었는데, 판소리를 8시간 반 완창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소리꾼이다. 고향임 선생이 소리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21살에 만난 인간문화재 오정숙 명창의 끈질긴 설득 때문이라고 한다. 판소리는 충청도보다 전라도에서 더 발전되었기 때문에, 본인을 통해 충청도 지역에도 소리를 알리기 위해 무형문화재로 선정된 것 같다고 말한다.
판소리를 전혀 모르는 학생부터 어느 정도 접해본 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듣는 수업은 장단을 공부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먼저 중모리장단, 중중모리장단, 자진모리장단을 천천히 따라 하면서 판소리의 기본 박자를 익혔다. 그후 수궁가 악보를 보며 한 구절 한 구절 차근차근 함께 불렀다. 판소리는 결국 우리네 인생 이야기이기 때문에 살아온 세월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판소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단전에 힘을 주어 소리를 내며 건강도 좋아지고 고민도 사라지게 된단다. 더불어 학생들은 좋은 취미 하나를 선물로 받게 되었다.

수업을 통해 만났던 학생 중 다른 악기에는 반응하지 않았던 다운증후군 학생이 판소리의 매력에 반해 24시간 선생님만 바라보고 산다고 한다. 또 어떤 학생은 판소리 지도자로 활동하게 된 경우도 있다. 고향임 선생은 이런 다양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어 프로그램에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고향임 선생은 그저 대전의 모든 사람에게 판소리를 가르치고, 판소리의 매력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한다.

수업은 복습을 위해 고향임 선생님이 완창하신 수궁가를 녹음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첫 수업이기에 학생들의 소리는 선생님의 소리에 비해 밋밋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조급하게 학생들을 보채지 않고 차분하게 강의를 진행했다. 설명을 진행하는 중간중간 학생들의 의견을 물으며 끊임없이 학생들을 위하려는 모습에서 고향임 선생의 열정이 느껴졌다. 무형문화재 전수학교를 이수하는 학생들은 좋은 선생님과 프로그램을 만났기에 판소리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토요상설무대-
웃다리 농악의 매력을 발견하다

3월 15일 오후, 대전 문화재 전수학교의 공연장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로 가득 찼다. 첫째 주, 셋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토요상설무대를 보러 온 사람들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사물놀이와 경기소리가 연주되어 전통음악이 관객의 귀에 편안히 감겼다. 경기소리를 노래하며 살짝살짝 흔드는 손짓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마음이 편해지며 우리나라 소리의 아름다움에 점차 빠져들었다. 곧이어 제1호 무형문화재 종목인 웃다리 농악 공연이 해설과 함께 시작했다. 실내 공연이기 때문에 다소 적은 인원인 9명이 무대를 진행했다. 소고, 장구, 북, 꽹과리를 들고 무대 위를 현란하게 움직인다. 어우러져 좋은 소리를 내기도 하고, 각자의 장기를 뽐내기도 하며 한 시간 동안 열정적인 공연이 계속되었다.

공연이 끝난 후, 한쪽에서 무대를 지켜보던 제1호 무형문화재 송덕수 선생님과 잠시 웃다리 농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송덕수 선생님의 아버지는 유랑집단의 마지막 꼭두쇠였다. 유명한 유랑단 꼭두쇠들이 함께 집에 모여 연습하는 모습을 자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웃다리 농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송덕수 선생님은 토요상설무대 이외에도 충청웃다리풍물경연대회, 전국학예수련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시민들에게 웃다리 농악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연습하고 공연을 진행한다. 무대와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없는 점이 아쉽다고 하는 모습에서 웃다리 농악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무형문화재 보급을 위한 기능 보유자 선생님들과 대전문화재단의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홍보가 부족해 젊은 층의 인지도가 턱없이 낮다. 또한 무형문화재 전수회관과 나래관의 전시관이 잘 정비되지 않아 시민들에게 보여 줄 전시물이 많지 않다. 이와 더불어 예산이 줄어 프로그램이 아직 활발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주민들의 민원 신고로 매번 야외에서 공연할 수 없는 점 등은 무형문화재 보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단지 우리 무형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접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서라도 무형문화재 전수회관과 전통 나래관이 부족한 점을 해결하고 새로 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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