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교육과 연구를 포괄하는 우리 학교의 미래 전략을 설계하기 위한 교육·연구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출범했다. ▲교육과정 혁신소위 ▲교수평가 혁신소위 ▲연구·협력 혁신 소위 ▲정원 및 캠퍼스 혁신소위 등 총 4개의 산하 소위원회로 구성되는 혁신위는 학내 인사뿐만 아니라 산업계, 학계, 동문 등 다양한 외부 인사가 함께 논의에 참여하여 오는 6월 말까지 교육·연구 혁신 방안을 공표할 예정이다. 
출범한 지 채 한 달이 안 되는 혁신위인 만큼, 아직 혁신위에서 제시할 혁신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강성모 총장의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발언과 지금까지 언급한 우리 학교의 개혁 방향을 종합할 때, 혁식위의 공학교육 개혁 방향은 실사구시형 공학교육, 실험 및 디자인 교육 강화, 기업가 정신, 특허, 지적 재산권 교육 강화 등을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설립된 지 반세기가 가까워오는 우리 학교는 짧은 기간 동안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에 필적하는 교육 및 연구 환경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교육 및 연구의 성과 면에서도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학교의 교육과 연구가 주로 해외 명문 대학의 제도를 수용·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지난해 우리 학교의 핵심 가치로 선정된‘ 도전’과‘ 창의’를 뒷받침할 만한 교육과 연구의 혁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혁신위를 중심으로 교육과 연구의 혁신을 모색해야 할 이유일 것이다.
 
우리 학교는 리더십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 연구의 혁신을 위한 별도의 기구가 조직된 바 있다. 그와 같은 끊임없는 혁신이 있었기에 한국의 대학교육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교육과 연구 방향이 리더십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것이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다. 오는 6월 공표될 혁신위 개혁안은 단기적인 처방이 아니라 100년 앞을 내다보는 근본적인 혁신 방안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혁신위가 성공적인 개혁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 대한, 더 나아가 인류에 대한 우리 학교의 사명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현재 우리 학교의 교육 및 연구 시스템이 이러한 사명을 수행하는 데 어떠한 장단점이 있는지 정확히 분석한 이후에야 미래 지향적인 혁신 방안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혁신위는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지양하고, 학내 구성원, 동문, 학부모, 기업인 등 다양한 관계자들과의 소통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 학교는 다양한 개혁을 시도했고, 한국 대학 교육 개혁의 성공적 모델로 평가되어왔다. 그만큼 학내 구성원 사이에 개혁에 대한 피로감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 학교는 교육과 연구의 혁신을 선도해왔는데, 또 다른 혁신이 필요하다면, 현재의 제도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진단해 학내 구성원을 설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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