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학기 10개 학과에 ‘모성보호실 및 여학생휴게실’이 설치, 확장되었다. 그러나 이 공간은 학생복지팀(이하 복지팀)의 애매한 관리로 인해 ‘모성보호실’로도, ‘여학생휴게실’로도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무용지물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작년 7월부터 전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가 실시했던 기혼자 설문조사에서 많은 기혼자 학우가 착유를 할 수 있는 따로 분리된 공간과 유축기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출산한 여성은 모유를 제때 빼주지 않으면 통증을 느끼고, 심하면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마음놓고 착유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많은 학우가 불편을 겪고 있었다. 즉, ‘모성보호실 및 여학생휴게실’은 단순히 여학우에게 휴식공간을 주기 위해서가 아닌 임신,수유기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설치되었던 것이다.

원총은 이 결과를 토대로 복지팀에 ‘모성보호실’ 설치를 요구했고, 이에 복지팀은 각 학과에서 휴게실을 만들 때 필요한 비품 목록을 받아 예산을 지원했다. 이후 10개 학과는 모성보호실 및 여학생휴게실을 설치 또는 확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설치된 휴게실은 ‘모성보호실’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생명과학과 휴게실은 단지 ‘여학생휴게실’일 뿐이다. 생명과학과 휴게실에는 소파,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유축기, 학생증 인식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생명과학과 행정팀은 “애초에 ‘모성보호실’이 아닌 여학생들을 위해 3~4년 전에 만든 곳이다”라며“유축기 등을 더 구매할 생각은 없다”라고 답했다. 수리과학과 여학생휴게실은 소파와 탁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휴게실을 밖에 붙여놓은 불투명스티커의 높이도 낮아, 누구나 쉽게 안을 볼 수 있었다. 생명화학공학과 여학생휴게실은 소파, 안마의자에 큰 토끼 인형까지 갖추고 있었지만 유축기는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렇게 모성보호실 및 여학생휴게실이 제멋대로 설치된 이유는 복지팀이 설치 기준을 미리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지팀은 휴게실에 갖춰야 할 비품 등을 명시하지 않았고, 단지 학과 자체적으로 개설 및 운영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각 학과의 휴게실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도 않았다. 임종묵 학생복지팀장은 “학과마다 자체적으로 만들도록 했으며, 단계적으로 시설을 확충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휴게실 관리에 관해서는 “창의학습관 여학생휴게실만 직접 관리하고 있고, 각 과의 휴게실은 각 과가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답해 휴게실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오세웅 학우(기계공학전공 12)는 이에 대해 “왜 남학생휴게실은 만들어주지 않느냐?”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단순히 ‘여학생휴게실’일 뿐인 공간이 이대로 운영된다면 남학우와의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그나마 준비된 휴게실도 홍보가 부족해 잘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학우는 ‘여학생휴게실’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휴게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안전팀에서 학생증을 등록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안내도 잘 되지 않았다. 두 자녀의 엄마인 노유나 학우(건설및환경공학과 박사과정)는 “서측 학생회관의 모성보호실을 이용해 보았으나 늘 문이 잠겨있었고, 문을 열려면 관리하는 분에게 전화해야 했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그 외에 모성보호실 혹은 여성휴게실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안내를 받은 적도 없다”라며 홍보의 부족성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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