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 간 대립으로 얼룩진 2012년이 저물고, 학내 구성원들은 발전과 변화를 모색했다. 강성모 총장은 취임과 함께 소통과 개혁의 행보를 이어갔다. 행정 조직을 대규모로 개편했으며, 학우들의 요구를 반영해 학사 제도를 변경했다. 교외에서는 국정감사에서 비이공계 진학 시 장학금 환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학생 사회 역시 익명 게시판이 신설되는 등 새로운 시도가 나타났다. 총학은 학생회칙을 재정비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 한편, 국정원 사태에 성명을 발표하며 대외활동에 힘썼다. 변화의 틈바구니에 부작용도 있었다. 술 없는 새터를 놓고 논란이 일었고 <블라썸>은 저조한 투표율 속에서 힘겹게 당선되었다. 한편, 그간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청소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와 학교 모두와 타협했다. 그렇게 화해와 새 출발의 2013년도 지나갔다. 
 
[1] 강성모 총장 취임
 
▲ 지난 3월 입학식에 참석한 강성모 총장이 교기를 휘날리고 있다. /양현우 기자
총장 후보 중 이전의 경험을 토대로 학교 운영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돋보였다는 것이다. 강 총장은 취임사 중에도“ 총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겠다”라고 언급하는 등 소통을 강조했다. 취임 직후 학부총학생회, 대학원총학생회와 과학생회장 등 교내 학생단체 대표들과 만나 대화의 장을 가지기도 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대 학우 간담회를 열어 40여 명의 학우와 학사제도, 복지제도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했다.
 
[2] 대규모 조직 개편 진행
 
▲ 총장 소집 교수회의에서 강 총장이 조직 개편안을 설명하고 있다. /홍보실 제공
강성모 총장은 지난 8월 22일‘ 총장 소집 교수회의’를 열어 학내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ICC 부총장 직위가 폐지되고 간부급 직원 규모 대폭 축소되는 등 몸집을 대폭 줄였다. 새로운 3인 부총장 체제에서 교학부총장은 학사지원조직을, 대외부총장은 기획·재정·국제협력을, 연구부총장은 연구·산학협력·연구원 운영을 맡는다. 기존의 ICC 부총장 산하조직들은 교학부총장 아래로 통합되었다. 간부급 보직은 기존의 40%가량으로 줄어들었다.
한편 학내외 서비스 증강을 위해 몇 가지 부서들이 추가되었다. 학교 시설이나 행정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고객만족센터’와 교수들의 학습법 개발과 보급을 지원하는‘ 교수학습혁신센터’가 구축되었다. 구성원들의 사적인 고충을 처리하는 옴부즈퍼슨도 새로 설치했다. 
 
[3] 탈이공계시 장학금 환수 논란
▲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 총장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홍보실 제공
지난 10월 22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 학교가 비이공계 분야 진학생에게 지급한 장학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큰 논란이 일었다.
우리 학교가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6년 간 이공계가 아닌 진로를 택한 재학생과 졸업생이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일반적으로 다른 대학들은 장학금을 환수한다며 우리 학교도 역시 비이공계 진학생의 장학금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1년 개정된‘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 지원특별법’에는 연구장려금 환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2년 이상 연구장려금을 받은 학생이 비이공계 분야 진학하면 연구장려금 중 일부를 환수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차원에서 이루어진 논의는 아직 없으며 환수 대상으로 규정하는 연구장려금의 범위도 모호해 환수가 이루어질지는 불투명하다.
 
[4] 학사제도 완화, 현실로
▲ 대학우간담회에서 한 학우가 학사제도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한연승 기자
2013학년도 가을학기부터 학사제도에 변화가 있었다. 특히 재수강 제도가 크게 개선되었다. 취득 가능 성적이 B+에서 A-로 상향했고 재수강 가능 횟수는 5회까지 늘어났으며, 재수강료는 기존의 75,000원에서 50,000원으로 인하되었다. 다만, 개선된 재수강 제도에서‘ 학점 세탁’ 등 남용을 막고자 14학번부터는 재수강이 가능한 성적 상한을 C+로 조정했다.
그밖에도 기초필수 과목에 우리말 강의가 개설되고 11학번 이후 인정되지 않았던 부·복수전공자의 연차유예 제도가 부활하고 교비 장학금 수혜 기준도 평점 3.0에서 2.7로 낮춰지는 등 학우들의 학업 부담에 숨통을 틔였다.
 
[5] 저조한 투표율 속 <블라썸> 당선
▲ 총학 총선거에 출마한 <블라썸> 선본(좌)과 <모두애> 선본(우) /양현우 기자
<블라썸> 선거운동본부의 제승우, 김요섭 후보가 <모두애> 선거운동본부를 289표 차이로 앞서며 28대 학부총학생회장단으로 당선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조롭지 못했다. 토론회에서 공약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투표 참기’ 운동이 벌어지는 등 날카로운 검증이 이어졌다. 이는 39.41%의 저조한 투표율과 14%가 넘는 무효표에서도 드러났다.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2번에 걸친 연장투표를 진행한 끝에 가까스로 50.7%의 투표율로 선거가 성사되었다.
한편 <블라썸> 선본은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해 경고를 받기도 했으며, 온라인상에서 부적절한 선거운동을 벌여 총 경고 2회, 주의 1회를 기록해 선본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6] 익명 게시판, 논란 끝에 신설
▲ 지난 9월 개설된 대나무숲(bf.kaist.ac.kr) 누리집갈무리
지난 7월 ARA에 익명게시판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조언과 상담이라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음담패설과 비난성 게시글이 범람해 14일 만에 접근이 차단되었다. 이에 익명 게시판의 필요성을 놓고 ARA에서는 학우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약 두 달 뒤,‘ 대나무숲’과‘ Talk you KAIST’ 두 개의 익명 게시판이 비슷한 시기에 개설되었지만 ‘Talk you KAIST’는 출시 직후‘ 새로운 익명 게시판의 등장으로 ARA 개발이 다시 활성화되었다’라며 서비스를 종료했다.‘ 대나무숲’은 48시간이 지나면 게시글이 삭제되는 시스템, 완전 익명제 등을 지원하며 ARA 익명 게시판의 문제점을 보완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7] 총학 국정원 정치 개입 성명 발표
▲ 국정원 정치 개입 관련 설문에서 약 87%의 학우가 문제 있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김성중 기자
지난 6월 27일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은 국정원 정치 개입 사태에 대해“ 국가권력이 훼손한 민주주의, 속히 회복해야 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대학교의 시국선언 소식을 접한 한 학우가 ARA를 통해 우리 학교 총학의 참여를 요구한 것이 발단이었다. 총학은 공개토론회를 열고 전체 학부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에서 1,000여 명의 참여자 중 86.9%가‘ 국정원 정치개입 사태는 문제가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여론 수렴 과정에서 총학이 학우들의 정치적 견해를 대변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결국, 중운위가 시국선언을 성명 발표로 완화해 발표하는 것으로 결정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정책 투표가 도입되어 국정원 사태에 대한 서울대와 교류 안건, 이석기 사태 등 대외적 목소리를 내는 일에 절차가 마련하기도 했다.
 
[8] 학내 청소 노동자 노사 갈등
▲ 청소노동자 70여 명이 교육지원동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양현우 기자
근로 조건 개선을 주장한 청소노동자들의 요구가 지난 5월 마침내 수용되었다. 새로 학교와 계약을 맺은 용역 업체는 그간 불평등 조항을 포함한 서약서 등 불합리한 노사관계를 강요해왔다. 이에 청소노동자들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약서 및 신원 보증 요구 공식 철회, 근로 조건 개선 협상, 평등한 노사관계 구축 등을 업체 측에 요구했다. 지난 2월 25일부터는 침묵시위와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근로환경 개선을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운행 중단으로 마찰을 빚었던 통근 차량은 업체 측이 일부 비용을 지원해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지나치게 길어 퇴근 시간을 늦추었던 점심시간도 1시간으로 단축했다. 학교 측은 유명무실했던 연차휴가제도 역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정 조처했다고 밝혔다.
 
[9] 술 없는 새터, 결과는 '미흡'
▲ 술 없는 새터로 새내기들이 아침 프로그램에 높은출석률을 보였다 /한연승기자
2013 전기 새내기 새로 배움터(이하 새터)는 바람직한 새터 문화 정착을 위해‘ 술 없는 새터’로 꾸려졌다. 하지만 학생지원팀이나 반대협이 새내기 음주를 강하게 금지했음에도 첫날부터 몇몇 반이 술을 마시러 나가는 등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학교 본부는 일부 학부모와 학우가 미성년자의 음주에 대해 항의를 제기하자 새터를 시작하기 3주 전부터‘ 술 없는 새터’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몇 차례의 회의에서“ 학생 사회에서 공론화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총학과“ 어떤 일이 있어도 술 없는 새터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학교 측은 서로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새터 기획단 측이 신입생 금주에 대해‘ 권고’와‘ 의무’를 놓고 모호한 태도를 보인 점과 친목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음주를 대체할 프로그램이 부족한 점이 실패의 원인으로 꼽혔다.
 
[10] 학생회칙 두 차례 걸쳐 재정비
학부총학생회는 지난 10월 8일과 12월 28일 두 차례에 걸쳐 KAIST 학부총학생회 학생회칙(이하 학생칙) 개정안을 공포했다. 의결기구, 자치기구, 특별기구, 기타위원회 구성을 정비하고 학생선언에 대한 내용을추가하는 등 학생회칙 전반에 걸쳐 변화가 있었다. 특히 전학대회 대의원의 겸직을 금지하고 총투표 조항이 신설되는 등 의결 및 집행 체계에서 많은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외에도 학우들과 직접 관련된 사안들도 제정되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학부총학생회 회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휴학생도 학생회비를 내면 준회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준회원도 선거권과 피선거권 등 정회원이 누리는 일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또한, 학과를 정하지 못한 2학년 무학과 학우들은 반대표자협의회에 소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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