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금 심의위원회는 대학원 기성회비를 폐지하고 이를 수업료로 통합했다. /김성중 기자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석·박사과정 기성회비를 올해부터 수업료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학교 본부는 학사과정 학우들이 납부하는 기성회비도 차후 수업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지난달 28일 학적팀이 공지한 ‘2014학년도 봄학기 등록금 납부 안내문’을 보면, 석·박사과정 국비 장학생이 납부하던 91만 8천원의 기성회비 항목이 4분의 1만큼(22만9천 5백원) 감액된 후 수업료로 전환되었다. 이로써 2009년 신설되어 2010년 입학생부터 납부하던 대학원 기성회비 제도는 4년 만에 폐지수순을 밟게 되었다. 이번 결정은 국공립대의 기성회비 징수가 법적 근거가 없는 부당 행위라는 잇따른 사법부의 판결에 따른 학교의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등심위는 추가로 기존 대학원 기성회비에 해당하는 등록금을 2분의1까지(46만원 수준) 감액하기로 협의했다. 이는 최수용 대학원 총학생회장을 중심으로 등심위에 참여한 학생 대표 측의 주장을 일부 반영한 것이다. 박현욱 교무처장은 “원생의 학
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라며 학생 대표 측의 의견을 수용한 배경을 설명했다. 기성회비 통합분의 추가 감액 액수와 시기는 올해 말 열릴 등심위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박 교무처장은 “구체적인 결정은 정부의 지원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학교 본부는 학사과정 학우들이 납부하는 기성회비도 수업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오준호 대외부총장은 “(학부 기성회비는) 3년쯤 후에 수업료로 통합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예산 공백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그렇게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제승우 학부총학생회장은 “기성회계가 일반회계로 전환되면 학생들이 (등록금 수입에 대한) 예결산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가 없어진다”라며 “3년 후, 총학이참여할 역량을 갖출 수 있게 차차 준비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등록금 정책에 학우들의 반발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성회비 문제 핵심 빗겨갔다는 비판도
대학원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통합하는 정책이 발표되자 일부 학우들은 ‘편법적 전환이다’라고 비판했다. 부당 징수해온 돈을 더는 걷어들이지 않는 것이 기성회비 폐지의 핵심이지, 수업료로 이름만 바꾸는 것은 조삼모사라는 것이다.

이번 등록금 정책에 위법성을 따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은 기성회비와 수업료를 통합하는 것을 외부 법률 자문을 거쳐 결정했다. 또한, 기성회비를 폐지하고 이를 수업료로 통합한 국공립대학도 우리 학교뿐만이 아니다. 국립 서울대학교는 2011년 12월 법인화 이후 550만 2200원의 기성회비를 폐지하는 대신 77만 9000원이던 수업료를 596만 5900원으로 올렸다. 이는 작년 11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배재정 의원으로부터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으나, 그 외의 행정적 조치는 받지 않았다. 선례가 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정부의 묵인이 있었다는분석도 제기된다. 그간 국공립대의 기성회비가 담당하던 재정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고등교육 재원을확대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듣지 않는데 수업료를?”
등록금 내 수업료 항목이 크게 인상되자 학내 게시판 아라에서는 수업을 신청할 수 없는 전문연구요원 복무자에게 수업료를 부과하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전문연구요원, 연차초과자 등을 가리지 않고 같은 금액으로 부담되어왔던 수업료에 대한 불만에 이번 정책이 기폭제로 작용한 것이다. 김진형 학우(물리학과 석박사통합과정)는 포탈 게시판에서 “다른 학교 박사과정 중 전문연구요원들은 수업료를 내지 않는다”라며 “왜 우리 학교 전문연구요원들은 수업도 못 듣는데 수업료를 내야하나”라며 반문했다.

이에 학교 측은 “수업료는 강의를 듣는 학생에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습, 논문연구 등의 학점취득을 위해서도 부여된다”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우리 학교 납입금 징수규정을 보면‘ 수업료라 함은 각 과정 학생의 강의, 실험실습, 논문연구에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라고 서술되어 있다. 따라서 학교 측은 전문연구요원 혹은 수업을 듣지 않는 학우들에게 수업료를 징수하는 것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 교무처장은 “수업료라는 용어에 오해가 있어 논란이 생긴 것 같다”라며 “이를 바꾸고자 법률 자문을 받는 것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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