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팀]기존 광결정보다 공정 간단하고 응용 폭 넓어… 바이오센서, 차세대 반사형 디스플레이 등에 활용

 우리 학교 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팀이 캡슐형 광결정을 세계 최초로 제작했다. 캡슐형 광결정은 기존의 필름형 광결정보다 제조가 용이하다. 또한, 색상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반사형 디스플레이, 바이오센서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지난달 7일 게재되었다.


제조, 변색 어려웠던 기존의 광결정

특정한 파장의 빛만 반사하도록 배열된 분자 구조를 가진 물질을 광결정(photonic crystal)이라고 한다. 이러한 광결정이 반사하는 색은 광결정 내 콜로이드 입자들 사이의 간격에 의해 결정된다. 입자의 간격에 따라 제한된 파장대에서 보강간섭이 일어나면 그 파장대에 해당하는 색만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이때 입자 사이 간격이 좁아질수록 짧은 파장의 빛을 반사한다. 기존의 광결정은 얇은 필름 형태의 고체로 제작되어 반사되는 색을 바꾸기 힘들었다. 콜로이드 입자들의 자유도가 낮아 콜로이드 입자간 간격을 조절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 역시 복잡해 상용화도 어려웠다.


기름 막 이용해 입자 자유도 높은 광결정 만들어

반면, 캡슐형 광결정은 특수한 기름 막 안에 콜로이드를 넣어서 만들어진다. 이때 기름 막과 그 안의 콜로이드를 캡슐이라고 일컫는다. 캡슐형 광결정은 캡슐을 이루는 기름막과 콜로이드 모두 유체이기 때문에 광결정에 변화를 주기 쉬운 장점이 있다. 이러한 캡슐을 소금물에 넣으면 삼투압으로 캡슐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헬륨 풍선을 예로 들면 고무풍선이 기름 막이고 헬륨이 콜로이드, 그리고 풍선 밖의 기압이 캡슐 밖의 삼투압인 셈이다. 캡슐 안에서는 콜로이드 입자간의 척력과 엔트로피 증가가 이러한 입자들의 규칙적 배열을 유도한다. 캡슐 안의 대전된 입자들은 서로를 밀어내 입자간 간격이 가장 큰 상태를 이루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입자간의 간격이 가장 클 때 개별 입자의 자유공간도 최대이기 때문에 캡슐 내 무질서도가 가장 높아진다. 이런 엔트로피가 증가하려는 경향성 역시 입자의 규칙적 배열에 기여한다. 이렇게 입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특정 파장의 빛만 반사하고 다른 파장의 빛은 산란시키는 상태를 결정화되었다고 한다.


 

▲ 삼투압에 의해 캡슐형 광결정의 크기가 작아지며 점점 짧은 파장대의 빛을 반사한다/ 김신현 교수 제공

 

삼투압으로 반사 색깔 조절해

이렇게 만들어진 캡슐은 처음에는 빛을 마구잡이로 산란, 반사시켜 우유나 막걸리처럼 뿌옇게 보인다. 캡슐 내 공간이 많아 척력, 엔트로피가 충분히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캡슐에 이번 연구의 핵심인 삼투압을 가하면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캡슐 자체가 액체 방울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고체캡슐과 다르게 삼투압을 가해 광결정 캡슐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다. 삼투압을 가해 캡슐 내 공간이 줄어들면 콜로이드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빨간 빛을 반사하기 시작한다. 공간이 줄어들면서 척력과 엔트로피가 입자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후 캡슐의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빨강, 노랑, 초록 빛을 반사하게 된다. 이렇게 원하는 크기로 조절한 캡슐형 광결정의 기름막을 용도에 따른 경도로 굳혀주면 광결정의 제조가 끝난다. 기름 막을 딱딱하게 굳히면 외부 삼투압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전자기장에만 영향을 받는 광결정 캡슐이 된다. 반대로 기름 막을 고무공처럼 물렁하게 굳히면 삼투압에 영향을 받고, 외력이 가해지면 납작하게 눌리는 광결정이 된다.


삼투압 측정, 반사형 디스플레이 등에서 활용

캡슐형 광결정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가장 직관적인 이용으로는 삼투압 측정이 있다. 시료에 물렁물렁한 광결정을 넣어주면 시료의 삼투압에 따라 광결정의 크기가 변하며 색깔이 변하기 때문에 광결정의 색 변화로 시료의 삼투압을 알 수있다. 또한, 인체 내에서 사용될 수 있는 바이오센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컬러 반사형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도 있다. 콜로이드는 기본적으로 대전되어있기 때문에 전자기장을 이용해 하나의 광결정 캡슐로 RGB를 모두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김 교수와 하버드 연구진은 이 연구를 작년 9월에 별세하신 故 양승만 교수 (前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에게 헌정했다. 김 교수는“ 고인은 학문적 스승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고인이 광결 정 분야를 잘 지도해주셔서 이번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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