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나리오 부문에는 2편이 투고되었다. 단 두 편에 불과하지만 두 작품 모두 어떤 면에서는 '공공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점이 이채로웠다. 김도영의 '두 번의 살인 대본'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낙태'의 문제를, 그리고 정승원, 김보경 공동작인 '공동 연구'는 대학 현장의 한 현안인 '실험실 안전'의 문제를 소재로 삼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대학에서든 사회에서든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고민을 창작 과정을 통해 구체화하고 진전시켜 나가는 모습이 좋게 보였다. 문학이 현실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실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면, 이 두 작품의 시도는 의미가 적지 않다고 하겠다. 또 대화와 장면 구성, 극적 수법 등 시나리오의 기법과 특성을 상당한 정도 구사한 것도 칭찬할 만하다.

 

다만, 어느 장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시나리오는 문학 장르 중에서도 많은 공부가 필요한 장르다. 대사와 지문으로 모든 것을 담아낸다는 점에서는 희곡과 흡사한 면이 있지만, 무대공연과 다른 특징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영상매체의 속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영상 매체는 연극무대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유로움을 지니는 동시에 관객과 배우가 한 자리에서 교감하는 현장성을 자동적으로 누리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투고된 두 작품은 나름대로 극적 특장을 살리고 있으나 시나리오로서는 역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또한 '두 번의 살인 대본'이 극중극 형식이라든가 다양한 실험적 형식들을 도입하는 패기를 보이나 의욕이 과한 탓인지 통일적 효과를 해치는 면이 있다면, '공동 연구'는 소박한 서사를 뚝심있게 밀고나가는 점은 좋으나 등장인물이나 그 고민이 좀 밋밋하게 처리되어 있어 '계몽극'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이번의, 그리고 미래의, 투고자들에게 좀더 정진을 요청하는 뜻에서 고심 끝에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하였으나, 투고자들에게 치하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김영희 KAIST 인문사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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