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필 및 평론 부문에 응모한 작품들 중 눈에 띄는 작품은 강현구, ‘세월을 읽고’, 유지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조수연, ‘성공한 삶’ 등이다. 이 중에서 강현구의 글 ‘세월을 읽고’를 가작으로 뽑았다. 강현구의 글은 수필이 가지는 진정성을 지녔다는 점이 미덕이다. 다만 글의 완성도와 주제의식의 미진함이 당선작으로는 좀 아쉬워 보여 가작으로 선정했다.

강현구 군은 할머니의 추억을 더듬고 있지만, 나는 이 글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묵직한 사랑이 더욱 와 닿았다. 평생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넨 적 없던 남편이 치매가 와서 던진 한 마디 “뉘신지 참 곱소”라는 말, 그 한마디에 담긴 할아버지의 마음과 그 말을 듣고 처녀처럼 설레서 붉어진 할머니의 마음이 참 아프고 아름답게 와 닿았다. 뜨거운 사랑, 마음이 표현되지 않으면 사랑인 줄 모르는 솔직하고 직선적인 사랑을 자주 접하는 요즘,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고전적인 사랑의 고백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런 여백이 많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법을 이해하고 담아낼 줄 아는 강현구 군의 마음과 글 솜씨야말로 칭찬받을 만하다.

유지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도 사랑에 대한 글이다. 유지현 군의 글은 이별을 맞은 착찹한 심정이 자책과 반성을 통하여 마침내 상대를 이해하는 단계에 이르는 놀라운 성찰력을 보여주었다. 유지현 군의 자기반성적, 성찰적 글쓰기를 접하면서 글쓰기가 지니는 힘을 새삼 느껴서 좋았다. 조수연은 ‘성공한 삶’이란 누구나 가리키는 방향으로 무비판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길을 묻고,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며 추구하는 것이라고 쓴다. 언뜻 이 말은 지극히 평범한,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도덕 교과서의 덕목 같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수연의 글이 돋보인 것은 그 고민의 진솔함과 진지함 때문이다. 부모나 기존의 권위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시각으로 삶을 해석하려는 태도가 아름답게 보였다.

글을 쓰는 사람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르다. 하지만 모든 글은 자기 확인이며,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도구이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글쓰기는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하나의 도구임에 틀림없다. 이런 점에서 비록 수상작으로 뽑히진 않더라도 참가자 모두에게 각자의 글은 각자의 삶을 빛내는 거울이기에 모든 참가작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이희경 KAIST 인문사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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