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매력을 발산하다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촌스러운 옷을 입고 여느 할머니보다 구성지게 욕을 쏟아내는 수상한 그녀가 나타났다. 억척스러운 성격의 그녀는 어찌 된 영문인지 극 속 남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스크린 밖의 관객들까지 매료시켰다. 감당하기 힘든 그녀의 매력,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

요즘 시대 여자 같지 않은 그녀 오두리는 사실 할머니다. 길을 지나다 우연히 청춘사진관을 발견한 오말순은 영정사진이나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곱게 분칠하고 사진을 찍는다. 이후 20대의 몸을갖게된 오말순 여사는 오두리라는 이름을 빌려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음악가인 손자의 밴드에 들어가게 된다. 그녀는 독특한 매력으로 PD의 눈에 띄게 되고, 이루지 못했던 가수의 꿈에 가까워진다. 뛰어난 외모를 가진 PD의 매력에 반해 오랜만에 설렘도 느껴본다. 하지만 우연히 몸에서 피가 나면 할머니로 돌아가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말순은 희귀 혈액형을 가진 손자가 교통사고를 당하자 수혈을 해주고, 스스로 노인의 몸으로 되돌아간다.

영화 속에선 70대 할머니와 20대 여자의 삶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노인들과 관련된 단어를 연상해 보라는 교수의 질문에 20대 학생들은 뻔뻔함, 주름, 검버섯 같은 단어들을 떠올렸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영정사진으로 찾아오는 일도 생긴다. 남은 것은 다 키운 자식과 몸 이곳저곳의 통증 뿐인 오말순의 삶은 변화무쌍한 오두리의 일상과 비교되어 한층 진한 잿빛을 띤다. 당연히 남자들의 주목을 받고, TV 방송에 출연하고, 몸 에 아픈 곳도 하나 없는 20대로 살고 싶어 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오두리의 매력은 70년 세월 동안 쌓인 오말순의 내공에서 비롯된다. 손자에게(비록 손자는 자신의 할머니인지 모르지만) 손으로 닭고기를 찢어주는 다정함과 잘생긴 PD가 반한 털털한 입담은 그동안 쌓인 인생의 경험에서 우러나왔기 때문이다. 바래진 청춘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인생을 받쳐주고 있었다. 오말순이 노인의 삶을 택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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